이라크 현대사상 가장 중요한 역사적 사건으로 기록될 30일 총선에서 가장 주목받는 세력은 이라크의 다양한 종파와 민족, 부족이 아니라 이란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선거의 성패를 좌우하고 또 총선에서 최대 의석을 확보할 정치세력은 이라크 이슬람최고혁명위원회(SCIRI)와 이슬람 다와당, 아흐마드 찰라비 이라크 국민회의 의장이 이끄는 정치조직 등 친이란계 정당과 조직들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란은 총선을 앞두고 막대한 자금을 이라크에 쏟아부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와 당이나 찰라비의 정치조직, SCIRI 등은 이란의 영향력 하에 있으며, 이들은 군소 종파 및 정치단체들과 함께 최대 의석을 차지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아랍권의 수니 이슬람 국가들은 이란이 이라크에 주입한 것은 수억달러의 자금뿐 아니라 보수 우파 사상과 함께 200만개의 식량배급권을 가진 이란인들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임시정부는 치안악화로 정확한 인구조사가 어려워지자 식량배급권을 기초로 선거인 등록을 실시했다. 이란은 식량배급카드를 가진 자국인 200만명을 이라크에 유입시켜 선거에 참여토록 했다고 아랍권은 의심하고 있다. 이때문에 아랍 수니 이슬람 국가들은 총선 후 등장하는 이라크 정부가 이란의 `보호령'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극단적 경계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아랍 언론은 이번 총선에 걸린 275석 가운데 친이란계 정파가 50%를 차지하고,나머지 50%를 쿠르드 정당들과 기타 수니파와 투르크멘족, 기독교도 등이 나눠 가질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반면 낙관론자들은 이란의 영향권에 있는 정당들의 의석 비율이 40%에 그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들은 이야드 알라위 임시정부 총리가 새 정부를 이끌게 되고,새 정부는 비종파적 세속정부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이란이 이번 총선에 막대한 자금과 배급카드, 종파적 영향력 등을 내세워 깊숙이 개입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이라크 내에 이란의 영향력을 감지할 수 있는 장면은 수두룩하다. 이라크의 여러 대학과 학교, 투표소 심지어는 일부 관공서에도 호메이니와 알리 하메네이의 사진이 걸려있다. 바스라 등 이라크 남부 지역에서는 페르시아어가 공공연히 사용되고 있고, 일부정부간 거래에도 아랍어보다 페르시아가 사용되는 경우가 있다. 이란 정보기관들이 이라크 치안군에 침투해 바드르군대 창설을 지원하고 찰라비의 민병조직이 이에 가세하고 있다는 것도 공공연한 비밀이다. 물론 이같은 분석이 과장된 것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이같은 견해를 제시하는 측은 하짐 알-샤알란 이라크 국방장관과 찰라비 의장이국방부 무기 구입대금 횡령설을 놓고 벌이는 분쟁을 그 예로 들고있다. 이라크 국방부와 찰라비 의장의 대립은 임시정부의 아랍적 속성과 친이란계 종파간 암투를 의미한다는 것이다. 이라크는 어디까지나 아랍적 동질성을 지닌 아랍국가이며, 선거가 끝나고 치안상황이 안정되면 이란의 영향력도 퇴조할 것이라고 이들은 주장하고 있다. 낙관론자들은 또 총선 결과가 우려와 달리 시아파의 압승이 아니라 `균형'을 이룰 것이며, `세속적' 수니파와 시아파, 쿠르드족이 기독교도 및 투르크멘 등 소수파와 거국 연합을 이룰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거국 연합은 6개월의 과도기간에 능력을 입증한 알라위 임시정부 총리를 새 총리로 지명하고 새 헌법 기초에 주도적 역할을 맡을 것이라고 이들은 기대하고 있다. 이같은 견해를 뒷받침하듯 수니 이슬람 최대 정치단체인 이라크이슬람당은 총선에는불참하지만 헌법기초에는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카이로=연합뉴스) 정광훈 특파원 barak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