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해일로 모든 휴양시설이 무너져 내려 잔해를 모두 갈아엎었다는 피피 큰섬에서 스피드보트로 20여분 떨어진 한 무인도. 얕은 물에서 사람들을 겁내지 않는 열대어들과 함께 수영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에 초토화한 피피섬의 대체 휴양지 중의 하나로 떠오른 곳이다. 바닷물이 더 투명해지고 하늘도 맑은 건기에는 중국인과 북유럽인들이 가족 단위로 몰려와 해변에는 발디딜 틈이 없지만 지금은 파라솔을 빌려주는 상인 외에는 인적을 찾을 수가 없다. 한 태국 관광청 관계자는 해변 귀퉁이에서 한 유럽 커플을 발견하자 50m를 맨발로 뛰어가 두손을 맞잡고 "찾아 주셔서 고맙다"고 연신 수선을 피웠다. 갑자기 가슴이 벅차올라 자기도 모르게 그랬다는 설명. 관광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03년 12월26일부터 이듬해 1월16일까지 방콕 국제공항을 통해 태국에 들어온 외국인은 모두 53만2천85명이었지만 올해 동기에는 49만8천106명으로 6.39%가 줄었다. 대부분의 외국인들이 방콕 공항을 허브로 삼아 인근 미얀마, 라오스, 캄보디아로 빠져나가고 있기 때문에 방문 외국인의 감소폭은 더 크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결과적으로 이 기간이면 늘 '풀하우스'를 이뤘던 호텔들은 투숙률이 한결 같이20%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고 고기잡이, 운전, 식당업 등 90% 이상 관광업에 종사하는 것으로 알려진 주민들도 생계 걱정에 한숨을 내쉬고 있다. 이 기간 방콕 공항을 찾은 한국인은 5만2천315명에서 2만8천556명으로 45.42%나줄었고 푸껫을 찾는 관광객은 무려 70%나 줄어 한국 관광객을 상대로 생계를 꾸려가는 교민들은 더 큰 걱정이다. 지난 23일 푸껫에서는 구호기금을 총관리하는 수왓 립파타팔롭 부수상이 참석한가운데 피해지역 각 행정구역 기관장과 민간부문 대표 100여명이 모여 대책 회의를 열었다. 안다만 해변의 복구를 위해 민간부문 대표들은 주민들의 요구사항을 털어놓고 의견을 개진하는 등 브레인스토밍을 벌였다. 피해시설 복구 못지 않게 신경을 쓰는 부분이 지진해일로 실추한 휴양지 푸껫의 이미지를 어떻게 회복하느냐는 마케팅의 문제였고 회의는 뾰족한 수를 찾지못한 채 끝났다. 호텔 등 숙박시설을 직접 둘러보면 지진해일의 여파를 금방 피부로 느낄 수 있다. 그간 한국 신혼여행객 등을 상대로 성업했던 푸껫의 고급 호텔들은 시설 피해가거의 없지만 지진해일의 된서리를 맞아 줄줄이 예약이 취소된 탓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카타타니 리조트와 르 메리디언 요트 클럽 등은 객실이 꽉 차고 로비가 부산할때이지만 절간처럼 한산한 표정이다. 신혼여행 성수기에는 한국인이 고객의 40%를 차지했다는 반얀트리 리조트는 성수기가 시작되는 3월을 앞두고 한국의 한정된 고객에게 한때 1박에 1천800달러에 달했던 최고급 빌라를 200달러에 내주겠다는 등 파격적인 상품까지 내놓았다. 리조트 내에 인적이라고는 종업원 밖에 없는 썰렁한 다이아몬드 클리프 리조트 또한 한국에서 제일 먼저 투숙하는 신혼여행객을 VIP로 모실 계획이라고 말하는 등 계획을 털어놓았다. JW 매리어트 리조트 관계자는 "관광객에 생계를 의존하는 주민을 돕기 위해서는 푸껫을 찾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이라며 외국 관광객들로 활기가 되살아날 날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푸껫=연합뉴스) 장재은기자 jang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