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테러전 이후 세계 각지에서 미국에 대한 불신이 깊어져 자연재해에서 무기확산, 테러 위협에 이르기까지 여러 문제들에 대처하는 세계공동의 전략을 마련하는데 장애가 되고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25일 지적했다. 이 신문의 마크 허즈밴드 기자는 올해 각 분야 전망을 담은 특집 중 `불량국가'들을 다룬 칼럼에서 부시 정부가 미국의 이익을 마치 세계의 이익인 것처럼 내세우는 바람에 많은 나라들이 소외되고 있다면서 부시 대통령이 강조하는 `자유의 확산'은 많은 문제들을 내포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칼럼은 남아시아 지진.해일 직후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발표한 지원 `핵심그룹'이 유엔의 역할을 앞지르려는 기도에서 비롯됐다는 비난이 일자 며칠 안 가 해체된 사실을 예로 들었다. 또 콜린 파월 국무장관이 인도네시아에서 막대한 지원계획을 밝히면서도 "미국은 반(反)이슬람 국가가 아니다"라고 극구 강조해야만 했던 사실을 들어 부시 대통령이 다른 방법으로 미국의 정책을 전달했더라면 폭넓은 지지를 받을 수도 있었을것이라고 지적했다. 칼럼은 부시 대통령이 9.11 테러 직후 세계를 미국의 동맹 아니면 테러범의 편으로 갈라 놓았을 뿐 아니라 이라크와 이란, 북한을 `악의 축'으로 묶어 국제관계를안보 우려와 `자유'이념에 대한 헌신으로 새로 정의했다고 말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부시 대통령이 북한을 `악의 축'에 포함시킨 것은 그의 9.11이후 세계관을 보여주는 것이지만 한국과 러시아, 중국 등 이웃 나라들의 북한정권에 대한 개입은 대부분 실질적인 이유에서 나온 것으로 불가피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문은 미국이 `불량국가' 대처 방식으로서 선제공격 전략을 구사하는 데 대해제기되고 있는 의심의 근거를 세 가지로 들었다. 첫째는 선제행동의 의도하지 않은 결과로 지금보다 더 위험한 상황이 올 수 있고 둘째는 이라크 침공을 정당화하기 위해 사용된 정보의 결함 때문에 미국의 선제공격을 정당화할 정보수집 능력이 의심스러우며 셋째로 행동을 위한 지지를 확보하려면 장, 단기적으로 다양한 이익집단을 결속시켜야만 한다는 것이다. 칼럼은 부시 정부가 미국의 이익을 세계의 이익으로 부각시키려는 추세를 보임으로써 전통적 맹방국 중 다수가 소외됐고 세계 안보위협에 대처하기가 어렵게 됐다며 결과적으로 미국을 비판했던 프랑스 같은 나라들마저 친미적인 영국과 마찬가지로 안전하지 못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란 핵문제에 있어서 미국은 강경 일변도로 나와 영국과 프랑스, 독일의 협상자세와 어긋나는 바람에 한때 유럽의 전략을 위협했으며 수단 다르푸르 사태처럼 국지적인 문제에서조차 미국은 `전세계적'이란 단어를 들먹여 대량학살 종식을 의무화한 1948년 협정 조인국들이 나서는 것을 막았다는 것. 이라크 선거를 눈 앞에 두고 독재에 맞서 민주주의의 국경을 넓히는 방법에 관한 논의가 계속되고 있지만 `악의 축' 국가의 주민들이 과거보다 행복해졌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라고 칼럼은 꼬집었다. (서울=연합뉴스) youngn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