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이어지고 있는 증권시장의 상승대세가 깊은 겨울잠에 빠져있던 내수경기에 일부나마 회복 조짐을 이끌어내고 있다. 경기 회복을 가장 실감케 하는 곳은 그동안 실물경기 침체의 한파를 온몸으로 겪어온 벤처.중소기업계. 정부의 강력한 활성화 대책에 힘입어 인수.합병(M&A)시장이 꿈틀대고 있고,벤처 투자를 타진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내수경기를 홀로 떠받치다시피한 정보기술(IT) 업계도 위성멀티미디어방송(DMB)과 소노마 등 잇단 신기술 효과로 활황이 지속될 전망이다. 외식업소와 백화점 등 대형 유통업계에서도 소폭 매출 증가세가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전반적인 체감경기는 아직도 '한겨울'을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시장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진단이다. 부동산시장은 강남의 일부 재건축 대상 아파트를 빼고는 좀체 매기가 살아날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다. 자동차와 가전 등 대부분 내구소비재 시장도 내수 부진의 늪에 빠져있고,삼겹살집 횟집 PC방 등 서민형 영세 자영업소들은 "언제 겨울이 끝나겠느냐"며 한숨이 여전하다. ◆대형 유통점·레스토랑 '이제는 희망이…' 대형 유통업체들은 올들어 강추위가 지속되면서 쌓여있던 의류 패션잡화 등 겨울상품이 불티나게 판매되고 있어 고무된 분위기다. 백화점들은 신년세일(7∼23일) 기간이어서 실적 상승에 대한 기대감까지 더해져 잔뜩 부풀어 있다. 김세완 롯데백화점 본점 영업총괄팀장은 "날씨 영향이기는 하지만 확실히 작년 11월,12월보다 올 1월 실적이 나아지고 있다"며 "불확실한 미래와 부동산경기 침체 등으로 꽁꽁 얼어붙은 소비심리가 조금씩 기지개를 켜는 게 아닌지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백화점 업계는 재작년과 작년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했는데 올해는 1월부터 플러스 성장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롯데백화점은 신년세일 매출이 작년 세일에 비해 10% 이상 신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신세계 강남점의 신사정장 브랜드 '갤럭시'매장 직원은 "강추위 덕분에 겨울 코트류와 정장류를 다 팔 수 있었다"며 "추가로 본사에 주문을 해도 상품을 구하기 힘들 정도"라고 살아나는 매장 분위기를 전했다. 이인균 이마트 마케팅 실장은 "할인점에서도 의류 난방용품 등의 매기가 살아나고 점포를 찾는 고객 수도 늘어나면서 매출이 작년 대비 10% 이상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경기가 바닥을 찍고 상승하는 신호로 해석하기에는 아직 이른 감이 있다"고 단서를 달았다. 패밀리레스토랑인 빕스 강남점의 구현정 점장은 "올들어 하루 고객이 작년 이맘때에 비해 50명 정도 늘어났다"며 "예상 외의 매출 호조가 계속되고 있어 올해 매출 목표를 작년보다 10∼20% 늘려잡았다"고 말했다. 백화점과 대형 레스토랑 등의 매출 회복세는 최근 통계청의 소비자 전망 조사 결과로도 뒷받침된다. 통계청이 한 달에 평균 4백만원 이상 버는 중·상 소득계층의 지난달 소비자 기대지수를 조사한 결과 93.1을 기록,한 달 전(88.7)에 비해 4.4포인트 오르며 3개월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부동산시장·내구소비재업계 '아직은…' 가전과 자동차 등 내구소비재 부문에서는 아직 본격적인 소비 회복을 점치기는 이르다는 반응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세탁기 판매는 늘었지만 TV 등은 작년 1월과 비슷한 수준"이라며 "아직 본격 내수 회복을 느낄 수 없다"고 말했다. 자동차 판매는 올들어 오히려 줄고 있다. 1월 전체 내수 판매가 10만대를 넘기도 어려울 것이라는 진단이다. 자동차는 연말 연식 변경을 앞두고 밀어내기 판매를 한 탓에 연초 시장이 다소 위축되는 경향은 있지만 올해는 그 정도가 심하다는 게 영업 담당자들의 얘기다. 부동산시장에선 잠실저밀도지구 개포주공 등 강남권 재건축 대상 아파트들이 지난해 연말부터 반등을 시작해 현재 저점 대비 3천만∼4천만원 정도 상승한 단지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일반아파트나 분양권은 아직 반등세에 합류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특히 경기 화성 등 아파트 공급이 많았던 지역은 여전히 시세가 하락하고 있다. 신규 분양시장의 경우도 시장 상황이 호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연초 분양을 계획했던 주택건설업체들이 속속 분양을 미루고 있다. ◆자영업소,'회복은 무슨…갈수록 더 춥다' 주택가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삼겹살집과 횟집,치킨집 등 소규모 음식점과 PC방 등 자영업소들은 여전히 한겨울 추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패션아울렛 매장이 몰려있는 서울 구로공단5거리 인근에서 삼겹살집 '돈씨네'를 운영하고 있는 김종서 사장은 "지난해 12월에는 하루 평균 매출 1백50만원은 꼬박꼬박 올렸는데 이달 들어서는 1백만원선으로 뚝 떨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인근 중소기업이나 아울렛 매장 직원들이 고객의 90% 정도를 차지하는데 회사가 올해 예산을 긴축해 회식을 자주 갖기가 어려운 것 같다"고 덧붙였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강구미주구리' 횟집 윤재환 사장은 "지난해 12월과 이달을 비교하면 매출이 약 10% 준 것 같다"며 "회사 직원들이 단체로 저녁을 먹은 뒤 법인카드로 계산할 때 한도액을 넘으면 안된다면서 개인 카드로 결제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강창동·조성근·오상헌 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