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 회장이 차기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제의를 고사했다.


하지만 전경련은 이 회장이 전경련 회장 추대를 완전히 거부한 것은 아니라고 보고 추가 설득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계획이다.


이 회장은 20일 서울 한남동의 삼성 영빈관인 승지원을 찾아온 강신호 회장 등 전경련 회장단의 차기 전경련 회장 수락 요청에 대해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뜻을 나타냈다고 삼성 관계자는 밝혔다.


삼성 관계자는 "회장단이 이 회장에게 차기 전경련 회장을 맡아줄 것을 간곡히 부탁했으나 이 회장이 여러 가지 현실적인 이유를 들어 회장직을 수락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정중하게 밝혔다"고 전했다.


이 회장은 이날 전경련 회장단에 "삼성에 여러 가지 현안들이 많은데 제가 전경련 회장을 맡으면 자칫 전경련이 삼성을 위해 일을 하는 것처럼 오해를 받을 소지가 있다"며 "이 경우 전경련 조직에도 누를 끼치게 되는 만큼 신망과 역량을 갖춘 다른 분을 추대하는 것이 좋겠다"는 입장을 조심스럽게 전달했다.


이 회장이 언급한 '현안들'은 삼성의 경영권 방어에 걸림돌로 지목되고 있는 금융 계열사의 의결권 제한과 지주회사 관련법 등인 것으로 해석된다.


이 회장은 이어 "글로벌 경제 전쟁 시대에 삼성의 최고경영자로서 국내 경제단체장을 맡는 것도 부담"이라고 덧붙였다고 삼성측은 전했다.


하지만 현명관 전경련 부회장은 이 회장이 면담 막바지에 "전경련의 요청을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는 사실을 소개하며 재설득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밝혀 귀추가 주목된다.


삼성은 이 발언을 전경련 회장단에 대한 예의 차원에서 고사의 뜻을 완곡하게 밝힌 것이라고 해석하는 반면 전경련은 회장직 수락을 검토할 수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분위기다.



이날 면담에는 전경련측에서 강 회장,현 부회장과 송인상 효성 고문,김준성 이수화학 명예회장,이용태 삼보컴퓨터 명예회장,박영주 이건산업 회장,현재현 동양그룹 회장,허영섭 녹십자 회장 등이 참석했으며 삼성측에서는 이학수 구조조정본부장이 배석했다.


조일훈·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