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4대 개혁입법의 소용돌이 속에서 침묵으로 일관해온 열린우리당의 경제통들이 새해들어 무대위로 등장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정부가 경제회복을 올해 국정운영의 최우선 과제로 설정한데 따른 흐름이다. 당 지도부도 경제활성화에 당력을 집중키로 하고 `경제. 민생우선'의 대국민 메시지를 제시하면서 경제통들의 `진입로'를 열어주고 있다. 임채정(林采正) 의장은 17일 연두기자회견에서 정부의 민생경제 중심 기조를 당차원에서 적극 뒷받침하겠다는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당 분위기를 반영하듯 오는 28일로 예정된 원내대표 경선은 당내 대표적인경제. 정책통인 정세균(丁世均) 의원의 단독 출마로 구도가 정리됐다. 정 의원의 러닝메이트인 정책위의장에도 풀무원 창업주로 실물경제에 밝은 원혜영(元惠榮) 의원과 경제부총리를 역임한 강봉균(康奉均) 의원이 물망에 올라있다. 이에 따라 새로 구성될 제 2기 원내 지도부에선 정책라인의 비중이 1기에 비해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천정배(千正培) 원내대표부터 이종걸(李鍾杰) 수석부대표까지 원내지도부가 `개혁' 일색으로 짜여졌고, 천 원내대표가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정책수립 및 집행에 대해서도 `전권'을 행사함에 따라, 경제통인 홍재형(洪在馨) 정책위의장의 역할에 제한적이었다는 지적이 많았다. 우리당은 이에 대한 반성으로 사실상 당 의장 못지않게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있는 원내대표의 권한을 효율적으로 조정하기로 하고, 14일 당무개선위원회를 설치,방안을 모색키로 했다. 당무개선위는 중앙당과 원내간의 업무협력 모델을 제시하는 등 오는 3월말까지제2창당을 위한 종합보고서를 작성할 예정이다. 이 처럼 정책입안 및 집행에 대한 자율성이 강화될 토대가 마련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박병석(朴炳錫) 정덕구(鄭德龜) 김진표(金振杓) 이계안(李啓安) 안병엽(安炳燁) 의원 등 기존 경제통들의 발언권도 상대적으로 강화될 전망이다. 아울러 정동영(鄭東泳) 전 의장의 최측근으로 미국 라이스대 경제학 교수 출신인 채수찬(蔡秀燦) 의원과 중국경제 전문가로 옥스퍼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우제창(禹濟昌) 의원, 박홍수(朴弘綬) 의원의 농림장관 입각에 따라 비례대표직을 승계한 서혜석(徐惠錫) 의원 등의 활약 여부도 주목된다. 특히 세계 굴지의 `베이커 & 맥킨지' 법무법인에서 변호사로 활동한 뒤 다국적기업들의 내부 문제를 다뤘던 서 의원은 총선 때 민생경제특별본부 부본부장으로 영입돼 신용불량 대책 등 열린우리당의 경제관련 주요 공약의 근간을 만들었고, 당내에 몇 안되는 여성 경제전문가란 점에서 중용이 점쳐지고 있다. 이밖에 경희대 경제학과 교수 출신으로 열린정책연구원장인 박명광(朴明光) 의원도 여권의 싱크탱크를 이끌며 정책수립 과정에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김재현기자 j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