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버드대학 학생은 따분한 공부벌레 혹은 억눌린 파티광일까. 하버드대학은 캠퍼스내 사교 생활이 부족하다는 학생들의 불만이 쏟아지자 너무진지해서 따분한 학교의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놀이의 황제(fun czar)'라 불리는 이색 보직을 가진 직원을 사상 처음 고용했다. 초대 '놀이 황제'로 고용된 사람은 최근 하버드대를 졸업한 올해 23세의 잭 코커. 그의 임무는 학내 분위기에 활기를 불어넣고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학생들의 긴장을 풀어주는 것이다. 하버드 학생들은 보통 잠자는 시간을 빼고 깨어있는 시간을 조금도 낭비하지 않고 최대한 활용하려는 경향이 있으며, 대부분 다른 장소에서는 재미로 통하는 즉흥적인 오락을 위해선 거의 시간을 내지 못하고 있다. 코커는 재학시절 다양한 사교행사를 기획하고, 학생들의 `파티를 즐길 권리'를 옹호하는 웹사이트(www.hahvahdparties.com)을 개설한 경력이 있는 `독창적인 기획가'로 소문이 나 있다. 이제 집무실과 식사, 약간의 급료를 받는 조건으로 이 자리를 맡은 코커는 캠퍼스 안에서 모종의 사교행사를 벌이고 싶지만 어떤 학내절차를 거쳐야 하는지 모르고늘 시간에 쫓기는 학생들을 대신해 해결사로 나서 준다. 때로는 번개 데이트를 주선하기도 하고 때로는 도지볼 토너먼트를 조직하기도 한다. 하버드대 부학장 주디스 키드는 "캠퍼스내 사교활동의 부족에 대한 인식이 반드시 공부 때문만은 아니다"고 지적하면서 "하버드 학생들은 여기서 엄청나게 열심히 공부하고 있고, 여기에 오기 전에는 하버드에 오기 위해 엄청나게 열심히 공부했다. 이제 그들은 어떻게 놀지 도움을 필요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공부벌레 이미지와는 반대로 하버드대 학생 중 요란한 파티광들도 일부있다. 지난해 11월 열린 하버드대-예일대 연례 풋볼게임을 축하하는 파티에서 20여명의 학생들이 광란의 알코올 축제를 벌이다가 결국 건강에 이상이 생겨 병원신세를 지기도 했다. 보스턴의 한 경찰은 당시 독주를 벌컥벌컥 마시고, 술 마시기 내기를 하며, 노상에 방뇨해 대는 `동물농장' 풍경이나 다름없는 학생들의 모습을 목격하고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키드 부학장은 "하버드는 다른 대학들이 소수의 문제학생들로 인해 겪는 몇몇문제들에 대해 아직 면역성을 갖고 있지 못하다"고 말했다. (케임브리지 로이터=연합뉴스) k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