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변호사가 선고가 임박한 재소자의 절박한심정을 악용, 자신에게 변론을 맡기도록 하기 위해 협박성 발언을 했다는 사연이 드러나 파문이 예상된다. 특히 부산에서 활동중인 문종술(68) 변호사가 재야법조계에 만연한 비리를 거론하며 대오각성을 촉구한 데 이어 `양심불량' 변호사를 고발하는 글이 이번에 공개돼변호사업계의 자정노력이 주목된다. 서울변호사협회는 자체 월간지 `시민과 변호사' 1월호에서 `문제적 변호사, 이사람을 아시나요?'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한 변호사의 비행을 고발한 사실이 12일확인됐다. 이 잡지와 서울변협 관계자 등에 따르면 판사 출신의 A변호사는 선고를 1주일앞둔 재소자 B씨(여)에게 접근해 담당 판사와 친분관계를 과시하며 변호사 선임을강권했다. 조그만 회사를 운영했던 B씨가 문제의 A변호사와 악연을 갖게된 것은 지난해 12월 초순이다.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 혐의로 지난해 7월 구속기소된 이후 과오를 참회하며 5개월간 법원을 오가며 재판을 받던중 구치소에서 아무런 예고도 없이 찾아온 A변호사를 접견했던 것. B씨는 선고가 불과 1주일 밖에 남아있지 않던 상황에서 A변호사를 만난 이후 가슴을 졸여야만 했다. 구속 직후 구치소 동료의 소개를 받아 변론을 의뢰했을 때 "사건이 오래 걸리고실형을 면하기 어렵다"며 사건 수임을 거절했던 그가 선고가 임박한 시점에 느닷없이 찾아와 변호인 선임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A변호사는 "담당 판사가 아주 소심한데, 내가 지금 가세하지 않으면 당신은 밖으로 나가기 힘들고 다른 변호사는 어림도 없을 것이다"고 말했던 것이다. B씨는 이런 `요구'가 다분히 `협박'으로 다가왔으나 미심쩍은 생각에 변호인 선임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B씨는 A변호사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다가 해코지로 실형을 선고받지않을까 두려워 공포에 떨며 펑펑 울어야 했다. 다행히 B씨는 1주일 뒤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공판에서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 형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자신의 도움이 없다면 실형선고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A변호사의 말은 `새빨간 거짓말'이었던 셈이다. B씨는 A변호사 때문에 분노가 치밀어 오르고 두려웠던 그 당시의 사연을 편지로적어 어머니에게 보냈고 이 편지는 다시 `시민과 변호사' 편집위원회로 전달돼 이번에 공개될 수 있었다. 편집위원들은 수차례 회의를 갖고 이 편지의 공개여부를 놓고 열띤 토론을 벌이다가 결국 투표 끝에 `변호사들의 각성을 위해' 당사자들의 사생활 부분은 삭제하되편지는 잡지에 싣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이 잡지에는 B씨와 A변호사의 실명이 언급되지 않았고 편지원본도 파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시민과 변호사' 관계자는 "A변호사 뿐만 아니라 모든 변호사들이 다같이 반성하자는 뜻에서 이 편지를 공개했다. 개별적으로 이 일을 문제삼을 생각은 없다"고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bana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