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가 정책위의장과사무총장 등 자신의 임명권한이 미치는 대부분의 당직을 전면 개편함에 따라 12일박 대표 2기체제가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작년 3월 탄핵 후폭풍이라는 누란의 위기상황에서 17대 총선을 앞두고 출범한박 대표 과도체제의 임무가 `구당(救黨)'이었고, 총선에서 원내 다수당의 자리를 빼앗긴 뒤 작년 7월 시작된 1기체제의 과제가 `새출발'이었다면 이번에 당 지도부에게부여된 특명은 `수권정당화'로 요약될 수 있다. 그러나 잇단 대선 패배이후 `10년 야당의 길'에 접어든 한나라당이 오는 2007년대선에서 정권을 되찾기 위해선 박 대표 2기 체제가 넘어야할 산이 적지 않다. 우선 당 내부적으로는 단합과 결속을 이끌어내는 것이 시급하다. 이번 당직개편에선 당내 보수성향의 `자유포럼'과 개혁성향의 `국가발전연구회',소장파인 `새정치 수요모임' 소속 의원은 대부분 제외됐고 40, 50대가 중심이 됐다. 당직개편에 대해 당내 보수와 개혁파들이 동시에 불만섞인 목소리를 터뜨리고있는 것은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보수성향 의원들의 경우 당의 우경화 경향에 대한 비판을 우려해 배제된 측면이강하고, 개혁성향의 의원들의 경우에는 박 대표가 내민 손을 뿌리친 쪽이어서 이래저래 박 대표에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표로선 `온건 보수', `합리 보수' 성향을 주축으로 당의 무게중심을 잡아나가면서 양 극단을 설득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되나 실제로 얼마나 효과를 거둘수 있을지는 두고볼 일이다. 이를 의식한 듯 김무성(金武星) 사무총장은 이날 최고위원.중진연석회의에 참석,취임 일성으로 "당내 세대간, 세력간 중재자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간 조화 여부도 관건이다. 무엇보다도 4대입법 협상과정에 이상기류가감지됐던 박 대표와 김덕룡(金德龍) 원내대표와의 관계복원이 관심이다. 전여옥(田麗玉)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박 대표는 발표 5일 전에 김 원내대표와 논의를 했고 김 원내대표가 `잘 한 인사'라고 동의한 것으로 안다"고 밝혀 지도부간 충분한 협의를 거친 인사임을 역설했다. 당 핵심관계자는 "김 원내대표는 김 사무총장과도 가깝고, 박세일 정책위의장과는 문민정부 시절 당.청간에 호흡을 맞췄던 사이"라면서 "특히 당 정책위와 여의도연구소에 이른바 `박세일 사단'이 대거 포진, 정책적으로 손발이 잘 맞을 것"이라고말했다. 향후 당명개정 및 당 선진화 프로그램 추진과정에서 당내 반대를 어떻게 무마하고 당의 구심력을 높여 당의 수권능력을 키워 나가느냐도 관심이다. 특히 일련의 당쇄신작업 과정에 대권주자인 박 대표의 사심이 개입됐다는 논란이 제기될 경우 당은 일대혼란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외적으로는 내달 임시국회에서 국가보안법을 비롯한 4대입법을 둘러싼 여당과의 협상이 박 대표 2기체제의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지난 연말 협상 때처럼 당의 정체성에 비중을 두고 대여협상에 나설 경우 여당및 당내 소장 개혁파들이, 전향적인 협상 태도를 보일 경우 당내 보수파들의 반발이예상된다. 일단 새 지도부가 `온건보수 노선'을 분명히 밝힌 만큼 대여협상에서도 연말에비해 상당 정도 융통성을 보일 것으로 관측되지만 문제는 카운터파트인 여당이 강경파들을 어느 정도 무마하느냐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이어 오는 4월 재.보궐선거도 박 대표 2기체제의 착근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서울=연합뉴스) 김병수기자 bings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