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첸 무장세력의 항복을 받아내려면 그들의 친인척을 납치하라" 체첸 반군 지도자인 아슬란 마스하도프의 형제들이 최근 친러시아 체첸 정부군에 납치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체첸 당국이 '혈연'에 기반해 반군 지도자들의 포섭에나선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최근 러시아 라디오 방송인 '에코 모스크바'는 체첸 분리주의 세력이 "마스하도프의 친인척들이 납치됐다"며 유럽의회에 보낸 편지를 공개했다. 일간 이즈베스티야는 11일 이 편지를 인용해 러시아 특수부대와 체첸 안보부 요원들이 수도인 그로즈니와 농촌에서 마스하도프의 친척들을 체포했다고 보도했다. 체첸 반군 지도자 6인이 서명한 이 서신에 따르면 납치된 마스하도프의 친인척은 친형인 레치(76)와 레마(68), 친누나 졸잔 압둘카디로바(69), 사촌 아담 레쉬예프(60), 조카 이흐반 마고마도프(36) 등이다. 체첸 반군들은 서신의 마지막 부분에서 유럽의회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으로 하여금 신속히 이들을 풀어줄 것을 요청해 달라고 적었다. 하지만 체첸 당국은 유럽의회에 보냈다는 서신 내용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체첸 내무부는 최근 체포된 사람들 명단에 마스하도프의 형제나 친척들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체첸 정부는 지난해 9월 베슬란 학교 인질사건 당시 마스하도프의 누나인 졸잔과 매형인 시르바니 세미예프 등 친인척들을 '테러 선동'을 우려해 잠시 구금해 둔 바 있다. 체첸 정부는 지난해 386명의 민간인을 납치하는 등 주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한편 지난해 10월 블라디미르 우스티노프 러시아 검찰총장은 러시아에 대한 테러 공격을 막기 위해 테러범들의 친척들을 구속해두는 방안을 제시한 적이 있다. 당시 그는 "테러범들의 친척을 붙잡아두는 것이 (테러범과의) 협상에서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말해 이번 사건과 관련 의혹이 일고 있다. (모스크바=연합뉴스) 김병호 특파원 jerom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