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이 5일 과도 지도부 성격을 띤 임시집행위원회를 발족시킴에 따라 국가보안법 폐지안 등 소위 개혁입법 처리 무산에 따른지도부 공백상태에서 벗어나 정상화의 길로 들어섰다. 오는 4.2 전당대회 때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될 집행위는 일단 국보법 폐지문제를둘러싸고 사분분열 양상을 보인 당내부를 추스르는데 역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그간 당내 중진협의체 성격을 띤 기획자문위원회를 무난하게 이끌어온 임채정(林采正) 의원이 임시집행위원장인 의장에 추대된 것도 당내 국보법 폐지 논란 와중에서 그가 보여준 균형감각을 반영한 결과라는 해석이 많다. 집행위는 특히 전대에서 선출된 정식 지도부가 아닌 비상기구라는 점에서 현실정치와는 일정 부분 거리를 두면서 원내대표 경선과 전당대회 개최 등 선거관리에치중할 전망이다. 임 의장은 "우선적으로 전대 준비를 하면서 당내 화합과 단결을 도모해야 할 것"이라면서 "새로운 당의 모습을 꾸려가는 데 주춧돌을 놓는 기초작업을 열심히 할생각"이라고 말했다. 물론 집행위가 친노직계파, 당권파, 재야파, 개혁당파, 중도파 등 이른바 `5대계파'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협의체 성격을 띨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천.신.정'이 당권을 장악한 지난해 1.11 전대 이전 임시 지도부처럼 각 정파의보스들이 막후에서 미리 입장을 조율한 것을 추인하는 정도의 형식적 기구로 운영될것이란 얘기다. 실제 4일 밤 문희상(文喜相) 장영달(張永達) 유재건(柳在乾) 김한길 유시민(柳時敏) 의원 등 사실상 각 계파의 대표자들이 회동한 데 이어 이날 집행위원 명단에3선인 김한길 유재건 의원 외에 개혁당 출신 초선인 유기홍(柳基洪) 의원이 포함돼눈길을 끈다. 이처럼 집행위가 안고 있는 태생적 한계 때문에 여당내 역학구도를 지탱하는 무게중심은 당분간 원내로 쏠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새 원내대표의 임기가 천정배(千正培) 전 원내대표의 잔여임기(4개월)로 하느냐,아니면 `잔여+1년'으로 하느냐를 놓고 논란 끝에 1년으로 절충된 것도 이런 관측을뒷받침하는 대목이다. 이런 가운데 국보법 폐지투쟁을 전개했던 강경파 내부에서 기류 변화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어 주목되고 있다. 일부 강경파 의원들은 "국보법 폐지 및 형법보완 당론과 내용이 비슷하다면 대체입법도 가능하다"며 유연한 자세로 돌아섰고, 재야파로 분류되는 임 의장도 국보법 문제와 관련해 "매우 어려운 문제로 남아 있다. 어떻게 풀지 지혜를 모아보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집행위 출범과 때맞춰 목소리를 낮추고 있는 강경파의 태도 변화에 대해 당내에선 재야파와 개혁당파가 원내대표 경선과 의장 선거에 대비해 묵시적 연대를 맺고전술적 후퇴를 모색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어 주목된다. 재야파의 한 핵심 의원은 "우리는 원내대표쪽을 더 가져오고 싶어하고, 당의장은 개혁당파쪽에서 할 수도 있겠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재현기자 j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