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밤 중국관영 CCTV는 '2004년 10대 경제인물'프로그램을 방영했다. 롄샹그룹 CEO 양위안칭(楊元慶),상하이자동차 후마오위안(胡茂元) 회장,중국인민은행 저우샤오촨(周小川) 행장 등 수상자들이 차례로 상을 받았다. 이날 '2004년 최고 경제인'으로는 다소 의외의 인물이 선정됐다. 리진화(李金華) 선지수(審計暑·감사원) 지장(計長)이 바로 그다. 우리나라로 치면 감사원장이 2004년 중국경제계를 대표하는 인물로 뽑힌 것이다. 사회자는 리 지장을 '현대판 포청천'으로 불렀다. "그가 올해 부정부패 혐의자 7백54명을 철창으로 보냈고,약 2백억위안(1위안=약 1백30원)의 재정자금을 회수했다"는 등의 활약상이 소개됐다. CCTV가 '10대 경제인물'시상식을 하던 바로 그 시간, 한 홍콩발 기사가 인터넷에 떠올랐다. '후산싱(虎山行·호랑이가 산으로 간다) 작전'이 마무리단계에 들어갔다는 소식이었다. '후산싱'은 중국 유명 가전제품 메이커이자 홍콩증시 상장업체인 촹웨이(創維)의 황훙성(黃宏生) 회장 체포를 두고 붙여진 작전명. 홍콩경찰은 '황 회장이 회사 공금 1억위안을 빼돌려 하이난(海南)도에 개인 부동산개발 회사를 세웠다'는 등의 혐의로 그를 체포했다. 이 뿐만 아니다. 최고경영인들이 경찰에 불려가는 사례가 요즘 거의 매일 중국 언론에 등장하고 있다. 싱가포르 증시 상장업체인 중항유(中航油)그룹 회장은 내부자거래 혐의로,음료업체 젠리바오(健力寶) 경영인은 민영화 과정에서의 부정부패 혐의로, 유명 유제품 업체인 이리(伊利)의 경영진은 회사공금 유용혐의로 각각 조사를 받거나 체포됐다. 중국 언론은 경제계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 현상이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고 개탄하고 있다. '포청천' 리진화가 '2004년 최고 경제인'으로 선정된 것은 중국사회의 모럴해저드가 위험수준에 다다르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중국은 지금 우리가 IMF시절 귀가 따갑도록 듣던 바로 그 단어,'모럴해저드'의 함정에 빠져들고 있다. 한우덕=상하이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