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仲秀 < 한국개발연구원 원장 > 올해 경제성장률이 지난해 수준 정도는 될 것인가에 국민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경제연구소들은 대부분 올해의 성장률이 더 낮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잠재성장률 수준인 5% 성장을 달성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국민의 관심은 체감경기와 직결된 내수가 언제 회복될 것인가에 모여 있다. 최근에는 수출증가세가 둔화되는 조짐을 보여 미래 경기상황이 밝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이러한 대내외 경제여건들은 우리가 극복해야 할 많은 도전과제들을 제기하고 있다. 올바른 진단이 적절한 처방의 전제조건이듯이 현실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효과적 경제정책의 필수조건이다. 우리의 경제현실은 다음과 같이 특징지을 수 있다. 과다한 가계부채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민간소비가 위축됐으며,수출경기의 호조로 일부 기업의 영업이익률이 증가했으나 이를 미래 투자에 연계시키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의 자원이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부동산세제의 조세형평과 주택가격의 안정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건설투자가 침체하였다. 한편 기술력을 확보하지 못한 중소기업이 다수 존재하는 상황에서 중국경제의 급부상으로 노동집약적 산업의 국제경쟁력이 더욱 약화되었고 이들 기업이 구조조정의 대상으로 대두됐다. 이에 따라 내수침체로 생계에 곤란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의 구조조정은 사회안전망에 대한 사회적 수요를 증대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추진해야 할 과제들은 정부가 이미 구체적으로 제시하였다. 개인 신용불량자의 신속한 채무재조정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도입됐으며,기업의 투자활성화를 유인하기 위한 규제개혁이 추진되고 있으며,건설경기의 소프트랜딩을 위한 정부 투자계획이 검토되고 있는 것이 중요한 사례들이다. 물론 이러한 대안들이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소요될 것이나 올 하반기 이후에는 현재에 비해 국민들의 체감경기가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우리가 힘을 모아야 할 과제는 구조적 문제에 대해 인식을 공유하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대기업에 비해 상당수 중소기업은 구조조정을 경험하지 않았고 이들 중 일부는 정부의 지원으로 연명하고 있는 실정이다.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기업들을 선별해 자원배분이 이 부문에 집중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구조조정은 시행하기 쉬운 정책이 아니며 성공을 위해서는 정부에 대한 국민의 지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왜냐하면 구조조정은 필연적으로 실업문제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직업훈련과 실업보조 대책을 확대함으로써 시장에서 퇴출되는 인력에 대한 사회안전망 기반을 확충하는 것이 필요하다. 의사를 신뢰하지 않고서는 진료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어렵듯이 정부를 신뢰하고 각 경제주체들이 긍정적으로 협조해야만 정책목표가 달성될 수 있다. '경제는 심리'란 표현이 있다. 진솔하게 어려움을 호소할 때 정부정책에 대한 경제주체들의 신뢰가 더 깊어져,결과적으로 자발적 참여와 협조의 폭이 더 넓어질 것이다. 경제가 심리라고 해서 유리잔에 물이 반이 찼느니 반이 비었느니 하는 표현의 타당성을 갖고 시간을 허비할 여유는 없다. 동일한 논리로 성장과 분배는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인데 어느 한 쪽만을 주장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경제정책은 한 국가의 장기적 비전이 무엇이며 그리고 이를 성취하기 위한 합리적인 방안은 무엇인가에 초점을 맞추어 추진돼야 할 것이다. 구조적 경제문제 해결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면 경제위기를 극복한 우리 국민들이 현재의 난국을 타개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