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터틀타웁 감독의 '내셔널 트레져'는 보물을 찾아 떠도는 모험을 미국의 성립과정에 대입한 액션영화다.


보물찾기 퍼즐을 풀어가다 보면 개척자와 이민자들이 개신교적 전통과 자유ㆍ평등의 이념적 토대위에 미국을 건설한 역사와 마주치게 된다.


역사적 사실과 허구가 교묘하게 교직돼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2백여년 전 미국의 건국 지도자들이 막대한 보물을 어딘가에 숨겼다는 소문이 전해져 온다.


3대째 보물의 행방을 찾던 게이트 가문의 후손 벤자민(니콜라스 케이지)이 중요한 단서를 발견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단서가 적힌 '독립선언문'은 게이트가의 가훈이자 건국 정신의 핵심인 '고결한 반역정신'을 담은 문서다.


대부분 영국 출신 앵글로색슨족인 건국 지도자들이 '아버지 나라' 영국에 저항해 독립을 쟁취했음을 상징한다.


보물이 뉴욕 트리니티교회에서 발견되는 장면은 미국의 국부(國富)가 개신교적 정신과 짝을 이루고 있음을 의미한다.


영국 청교도 정신에 뿌리를 둔 미국의 개신교는 선악을 분명하게 구분해 악을 응징하는 게 특징이다.


보물 찾기에 나선 두 세력 중 순수한 탐험정신에 이끌리는 벤자민 일당이 선이라면 개인적인 탐욕에 지배되는 이안(숀빈) 일당은 악이다.


벤자민 일파에 고문서 학자인 아비게일(다이앤 크루거)이 동지로 합세하는 모습에는 개척자 세력에 이민자들이 뒤늦게 합류했던 건국 당시의 상황이 압축돼 있다.


또 벤자민이 독립선언문을 훔치는 장면에는 미국적 가치관이 반영돼 있다.


악당들로부터 문서를 보호한다는 순수한 동기에 의한 범법행위는 영국 지배하에서 불법적이던 독립운동이 결국 '고결한 반역정신'이란 명목으로 용서받았던 과거를 상기시킨다.


서부의 영웅들도 어떤 식이든 무법의 세계에 질서를 부여했다.


그러나 이 영화는 지나치게 미국 찬양 일변도의 역사관을 드러낸다.


건국 과정에서 미국인들이 자행했던 유색인종 차별,인디언 학살 등의 역사는 대부분 외면했다.


이야기 구조에서도 보물 찾기의 단서들은 오로지 주인공만이 알 수 있는 복잡한 것들이어서 관객들은 짐작조차 할 수 없다.


31일 개봉,12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