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섬 인근에서 일요일인 26일 오전 발생한 규모 9.0의 강진과 그에 따른 해일의 여파로 인도네시아는 물론 인근 스리랑카, 태국, 인도, 말레이시아 등에서 엄청난 재산과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다음은 사고 현장에 있던 현지 주민들과 때마침 크리스마스 휴가를 보내던 외국인 관광객들의 목격담을 모은 것이다. ◇ 스리랑카 = 스리랑카 휴양지 우나와투나에서 휴가를 보내던 영국 BBC의 롤랜드 버크 기자는 "허둥지둥 호텔 방을 빠져나가려 했지만 금세 물이 가슴 높이 차올랐다. 우리는 나무 위로 올라갔지만 물살 때문에 곧 떨어졌고, 물 속에 둥둥 떠다니는 냉장고, 오토바이, 자동차들을 헤치며 수백m 휩쓸려 내려갔다"고 생사기로의 순간을 떠올렸다. 그는 또 "사람들이 대부분 다시 해일이 덮칠 것을 걱정해 좀 더 높은 곳을 찾아올라갔고, 우리는 간신히 기둥을 붙잡고 살아났다"며 "차들이 나무에 걸려 있고, 빌딩들은 무너졌으며,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완전 폐허가 돼버렸다"고 전했다. ◇ 태국 = 태국 크라비 근처에서 여자친구와 함께 휴가를 즐기던 런던의 사진작가인 사이먼 클락은 "갑자기 거대한 파도가 모든 것을 집어삼키며 해안을 덮쳤다"면서 "스노클링을 하던 사람들은 산호와 함께 질질 끌려 해안으로 내동댕이쳐지고, 선탠을 즐기던 사람들은 바다 속으로 순식간에 빠졌다"고 말했다. 푸켓 홀리데이인 호텔에서 가족휴가를 보내던 제러드 도넬리는 영국 스카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처음에 쾅 소리가 나고 다시 또 진짜 쾅 소리가 났다"며 "아내와난 처음에 테러범이 호텔을 공격했다고 생각했지만 곧 파도가 밀려왔고 우리는 가능한한 높은 곳으로 가기 위해 위층으로 계속 올라갔다"고 끔찍했던 순간을 전했다. 20년째 푸켓에서 `K-호텔'을 경영하고 있는 오스트리아 출신 베르너 크라섹은해변 일대 호텔, 레스토랑, 상점들이 대부분 파괴됐으며 "이제 더 이상 아무 것도남은 게 없다"고 허탈한 어조로 말했다. 그는 아침 8시 조금 지나 호텔이 흔들리는 것을 느꼈으며, 1시간30분쯤 지나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위력"의 거대한 파도가 200∼300m 밖 자동차들을 호텔 안으로내동댕이치며 푸켓을 덮쳤다고 설명했다. 다행히 해변에서 350m 떨어진 K-호텔은 투숙객 중 한 명이 팔에 골절상을 입었을 뿐 큰 사고를 면했다. ◇ 인도네시아 = 지진의 진앙에서 가장 가까운 곳인 인도네시아 아체주의 주도반다 아체에서는 지진의 여파로 수백년 된 모스크 사원 뾰족탑이 쓰러지고, 건물들이 무너졌다. 지진 발생 12시간만에 반다 아체와 그 주변지역에서 최소 1천400명이 사망했다고 인도네시아 보건부는 현장 구호요원들의 단파방송 보고를 인용해 밝혔다. 인구 40만명이 거주하는 반다 아체는 해일로 수천명이 사망한 다른 지역과 달리지진의 직접적 피해를 입었다. 국제이주기구(IOM)의 아리스타 이드리스는 반다 아체에 살고 있는 동료의 말을인용해 "사람들이 공황상태에 빠져 도망가고 있고, 반다 아체 중심부를 관통하는 강물의 수위가 계속 불어나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고 전했다. ◇ 말레이시아 = 말레이시아 북서부 해안가 마을 주민들은 평소 열대성 폭우와계절풍으로 인한 홍수를 자주 겪었지만 예상밖 해일의 공격에 충격을 금치 못했다. 북서부 해안 마을의 한 결혼식장은 갑자기 파도가 휩쓸려와 아수라장으로 변했고, 해변에서 피크닉을 즐기던 한 관리는 아내와 자녀 4명을 순식간에 잃었다. 보트를 만드는 일을 하는 카림 아람은 "체격이 큰 어른의 키보다 훨씬 더 큰 파도를 본 순간 내 눈을 믿을 수 없었다"며 "예전에 다른 나라에서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 장면을 TV로 본 적은 있지만, 말레이시아에 이런 재앙이 일어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지리적으로 말레이시아의 사고지역은 지진, 화산, 해일 같은 자연재해의 경험을겪지 않았던 곳이라 주민들은 더 충격을 금치 못하고 있다. ◇ 몰디브 = 몰디브의 파라다이스 인랜드 리조트에서 휴가를 즐기던 영국 PA 통신사의 니콜라 바튼은 "나무로 만든 선탠 침대와 레스토랑의 의자들이 둥둥 떠다니고, 유리 창들이 박살이 났으며, 마치 전쟁터에 있는 느낌이었다"며 "다시 해일이덮칠까봐 이제 우리 모두 구명조끼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 인도 = 인도 망기나푸디 해변에서는 여성과 아이들이 보름날 힌두교의 의식에 따라 바닷물 속에 몸을 담그고 있다가 갑작스런 해일에 휩쓸려 35명이 한꺼번에목숨을 잃었다. 해일이 덮친 인도 남동부 해안에서는 이와 유사한 참사들이 곳곳에서 발생했다. 프라카삼에 사는 기리 프라사드는 "바다가 갑자기 광폭해지더니 눈깜짝할 사이우리를 덮쳤다"며 "몇 m 높이의 거대한 파도가 마치 야생 코끼리 군단처럼 마을을향해 다가와 엄청난 피해를 일으키고 순식간에 7명의 인명을 앗아갔다"고 말했다. (푸켓ㆍ콜롬보ㆍ콸라룸푸르 APㆍdpa=연합뉴스) k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