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사회민주당과 녹색당 연립정권이 보수 우파 정당을 누르고 집권한 이후 오히려 빈부 격차와 빈곤 문제의 심각성이더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공영 도이체벨레 방송 등 독일 언론에 따르면 정부 의뢰로 빈곤 문제를 연구해온 한 위원회는 최근 낸 보고서에서 지난 1998년 적녹연정 집권 이후 빈곤 문제가 더 심각해지고 있다며 대책을 촉구했다. 위원회는 월 수입이 독일 가구 평균 소득의 60%(938유로) 이하인 빈곤 가정이전체의 5%인 반면 상위 10% 계층의 소득이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등 빈부격차가 심화됐다고 지적했다. 한편에선 단돈 1센트라도 아껴야 생존할 수 있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반면 다른쪽에선 돈을 물쓰듯 하는 사람들도 증가하고 있다고 위원회는 비판했다. 오랜 경기침체 속에서도 재산이 50만유로 이상인 사람은 약 1백60만명으로 전 보다 늘었다. 특히 14세 미만 아동의 15%, 14-19세 청소년의 19%가 공식 등록된 빈곤 가정에속해 있다. 이들은 갈수록 부모의 소득은 주는 반면 정부 보조금은 줄어드는 상황에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회학자인 클라우스 후렐만 교수는 "부자 나라인 독일의 어린이들이 겪는 빈곤이 개도국 상황과는 다르지만 이들이 실제로 받는 심리적 압박감 등은 간과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사회민주당 정권 하에서 빈곤문제가 더 심각해진 이유는, 동서독 통일 이후 기존의 과도한 사회복지 부담이 훨씬 커지고 90년대 후반 부터 경기가 침체되자 적녹연정이 복지삭감 정책을 펴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특히 내년 1월 부터 시행되는 일명 `하르츠 Ⅳ법'에 따라 저소득층의 어려움은더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차대전 이후 가장 크게 복지를 축소하는 이 법은기존 영세민 보조금과 실업수당을 통합해 재정지출을 줄이고 근로의욕을 북돋우기위해 도입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사회보조금과 실업수당 통합은 좋은 정책으로 보이지만 문제는 통합후 지급되는 보조금이 너무 적어지고, 장기 실업자들이 일하고 싶어도 실제 일자리가 없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발터 하네쉬 다름슈타트 대학 사회학 교수는 "현재의 정책은 빈곤층을 확산시켜사회적 양극화가 더 심각해지도록 만듣 측면이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독일 정부와 경제계는 재정 적자 축소와 경기 회복, 일자리 창출을위해선 복지 축소와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들도 이러한 개혁 정책의 효과가 나타나기 까지는 상당한 세월이 걸릴것임을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독일 정부와 사회가 내년 부터 양극화와 저소득층의 부담 가중이라는 문제와 아에 따른 사회적 저항을 어떻게 최소화하면서 국가 경쟁력 향상과 경기 회복이라는 개혁 목표를 달성해나갈 수 있을 지 주목된다. (베를린=연합뉴스) 최병국 특파원 choib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