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IBM의 PC 사업을 인수한 중국의 롄샹(영문명 레노보)이 본사를 베이징에서 미국 뉴욕주로 이전한다고 뉴욕타임스가 25일 보도했다. 중국 대기업이 해외로 본사를 이전하는 것은 처음으로,중국 정부가 승인을 내줄지 귀추가 주목된다. 롄샹의 본사 이전은 IBM PC 사업을 인수한 후 최고경영자(CEO)로 IBM측 미국인을 영입하고,해외 증시 상장을 추진키로 하는 등 글로벌 경영을 가속화하고 있는 것과 맥을 같이한다. ◆중국 기업도 본사를 미국으로 옮긴다=롄샹의 본사 이전 추진은 다국적 기업으로 변신하는 중국 기업의 모습을 엿보게 한다. 롄샹이 본사를 이전할 지역은 IBM이 위치한 뉴욕주 아몬크.롄샹측은 "IBM PC부문을 경영하는 데 필요한 글로벌 경영 경험이 부족함에 따라 본사를 이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롄샹의 창업자 류촨즈는 "롄샹이 인수한 가장 가치있는 자산은 세계적 수준의 IBM 경영팀과 이들의 국제적 경험"이라고 말했다. 외형이 세계 PC업계 8위에서 3위로 껑충 뛰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중국 전문가들은 "중국 기업들까지 본사의 해외 이전을 생각한다는 것은 기업에 더 이상 국적이 무의미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며 "일류 기업을 유치하는 것은 국가가 생존하기 위한 조건"이라고 지적했다. ◆외국인 CEO 선임과 해외증시 상장=지난 15일 베이징의 공티체육관.롄샹 창립 20주년 행사장에 첫 외국인 CEO가 등장했다. 롄샹이 IBM의 PC 사업을 인수하면서 IBM의 부사장이던 스티븐 워드를 CEO로 영입한 것. 롄샹의 창업자 류촨즈가 회사를 대표해 처음으로 IBM 대리상 대회에 참가한 것은 지난 85년.작은 실험실에서 11명의 연구원으로 시작한 벤처기업이 20여년 후 IBM의 PC 사업을 인수하는 수준으로 성장한 것이다. 롄샹의 외국인 CEO는 외국인 인재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는 중국 기업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베이징 올림픽 공식 후원 업체도=롄샹의 다국적기업 행보는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대외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지난 3월 중국 업체로는 유일하게 베이징 올림픽 후원 업체로 선정된 게 대표적 사례다. "세계로 하여금 중국을 연상시키자(讓世界聯想中國)"는 모토를 내건 롄샹은 올림픽을 기업 이미지 국제화의 발판으로 삼는다는 전략이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