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민주노동당의 원내진출 성공으로 `강경투쟁 분위기 심화'와 `노동계의 제도적 여건 마련에 따른 안정기조 형성'이라는 엇갈린 관측 속에 올해 노사관계의 향배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었다. 올해 노사관계는 최대 사업장인 현대차 노사의 `초스피드' 임금협상 타결로 `청신호'가 켜지는 듯 했으나 LG칼텍스정유 파업 사태 장기화 등으로 이어지면서 결고순탄치만은 못했고 노사분규 건수도 456건으로 9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90년대 강성노조의 대명사였던 현대중공업 노조, LG칼텍스정유 노조가 9월과 10월 각각 상급단체에서 탈퇴, `노-노' 갈등도 재연됐고 경기침체와 고용불안 등 대내외적 여건악화로 노조파업에 대한 국민여론이 극도로 악화되기도 했다. 새해 전망도 밝지만은 않다. 비정규직 및 공무원 관련 법안 등 노동관계법 국회처리를 둘러싼 `노-정'간 갈등, 내년 7월 300명 이상 사업장 주5일제 확대 시행, 비정규직 문제 등이 `첩첩산중'으로 쌓여있고 경제 전망에 계속 먹구름이 드리우면서 가속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기업별 구조조정도 노사관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를 수 있다. ◆새해 노사 현안 `산적' = 비정규직 관련 법안, 공무원 법안 등 노동관계법안이 국회에 계류중으로 새해초부터 노-정 갈등의 불씨로 작용할 전망이다. 비정규직 차별금지를 골자로 하는 비정규직 관련 법안의 경우 재계와 노동계 요구 사이에서 어느정도 절충점을 찾은 것이지만 이 때문에 양측 모두 반대하고 있다. 법이 원안대로 통과되면 총파업을 배수진으로 한 노동계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투쟁 등으로 연결, 노-정이 대결구도로 치닫게 될 가능성이 크고 비정규직 처우개선에 대한 요구 수위가 높아지면서 개별 사업장내 노사 갈등 심화도 불가피하다. 더욱이 올 하반기 노동부가 잇따라 현대차의 하청근로자에 대해 불법파견 판정을 내리면서 타기업에도 도미노 효과를 유발,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노사 대립의 골이 깊어질 공산이 크다. 노동계와 재계가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산재 보험 민영화, 근골격계 문제 등도`활화산'이며 사회공헌 기금, 경영권 참여 등 해마다 수위를 높여온 노조의 요구가어떤 식으로 전개될지도 관심거리다. 그동안 임금 등 개별 사업장의 자체 쟁점 뿐 아니라 정치적 이슈까지 `하투'에끌어들였던 노동계의 임단협 관행에 비춰볼 때 이같은 문제들은 내년 임단협 안건에포함될 것으로 보여 험로를 예고하고 있다. 또한 올 7월부터 1천명 이상 대규모 사업장에 전격 시행된 주5일제가 새해 7월부터 300명 이상 사업장에 확대 적용되면서 주5일제 문제도 내년 임단협의 `핫이슈'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300명 이상-1천명 미만 기업들은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영여건이 열악하고 준비가 덜 돼 있어 노사간 눈높이 맞추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교착상태에 빠진 `노사관계 로드맵'도 쟁점별로 노사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있어 `복병'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최근 코오롱이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 노조가 민주노총과 연대해 강력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경기침체 속 구조조정도 가속화될 것으로 보여 이로 인한 개별 사업장에서의 갈등도 예고되고 잇다. 금속연맹, 화섬연맹, 한국노총 등 올해 말부터 새해 초까지 줄줄이 예고돼 있는노동관련단체의 `수장' 선거도 내년도 노동운동의 향배를 가늠해볼 수 있는 관건 중하나여서 결과가 주목된다. ◆해법은 어디에? = 노사간 신뢰 회복과 노정간 지속적 대화 등을 통해 노-사-정이 대립일변도 구도에서 탈피, 머리를 맞대는 것만이 답이라는게 안팎의 지적이다. 세계화 등 경영환경의 급변화로 글로벌 경쟁에서의 생존이 기업마다 절체절명의`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노사화합과 협력을 바탕으로 한 국제 경쟁력 강화만이 생존의 열쇠라는 인식을 노사가 같이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다행히 노사 갈등구도에 숨통을 트일 수 있는 `신호'들이 조금씩 감지되고 있어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경기침체가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사회적으로 일자리 창출을 통한 실업해소가 우선 과제라는 분위기가 확산, 노동계도 무리한 임금인상 등 막무가내식 요구관행을 지속하기는 힘든 여건이다. 강성노조에 대한 국민 여론도 악화되고 있다. 이와 함께 현재로서는 전망이 매우 불투명하나 수개월째 `개점휴업' 상태인 노사정위원회가 내년 극적으로 활성화되면 노사정위를 통해 갈등의 상당부분을 흡수할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희망섞인 기대감도 매우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또 정부가 시간을 갖고 다양한 채널을 통해 노사 양측과 만나 쟁점을 조율하는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대화 창구를 열고 유연성을 발휘하되 일방적으로 한쪽에 끌려다니기 보다는 원칙과 소신에 따른 일관성 있는 판단과 결단이 정부에게 요구된다는 것이다. 최근 노조가 경제 상황을 고려, 임금 동결을 결의했으나 경영진이 긴급 경영위원회를 열어 임금 인상 및 격려금 지급을 결정, 잔잔한 파장을 일으켰던 팬택의 사례는 진전한 의미의 노사 상생이 무엇인지에 대해 적지 않은 교훈을 주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송수경기자 hanksong@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