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타계한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자치정부 수반은 35년간 팔레스타인 지도자로 영향력을 행사해오면서 재산의 분산 관리에도 탁월한 면모를 내보였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22일 보도했다. 이 통신에 따르면 생전에 수십억달러 규모의 자산을 운용해온 아라파트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재정난에 허덕이던 기간에도 미국과 중동지역, 볼링장과 닷컴기업을 망라한 곳곳에 투자하면서 자신의 영향력 확보와 대이스라엘 공격 지원에 활용했다. 아라파트의 자산운용 통로는 팔레스타인자치정부 소유로 돼있는 라말라 소재 팔레스타인 커머셜 서비시스라는 이름의 지주회사다. 통칭 PCSC로 불렸다. 2004년도세계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아라파트는 자신의 재정고문인 모하메드 라시드를 PCSC회장으로 앉혀놓고 막대한 자금을 주물렀다. PCSC의 투자처는 이집트 휴대전화서비스업체 오라스콤 텔레콤과 그 자회사(2억8천500만달러)에서 미국 버지니아주의 전자상거래 소프트웨어업체 헤른던(320만달러),뉴욕 맨해튼에서 볼링장을 운영하고 있는 스트라이크 홀딩스(130만달러) 등에 이르기까지 지역과 업종을 가리지않는다. 지난해 아라파트의 자금운용 이면을 다룬 책을 낸 라헬 에렌펠드 같은 이는 "아라파트는 재산을 전세계에 분산시키는 과정에서 철저한 비밀주의를 고수해 악명 높았다"면서 "팔레스타인에 대한 지원제공자들이 자금전용과 부패문제를 제기하며 압력을 가하기전까지는 자금의 용처를 일절 공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아라파트는 지원금 외에 이스라엘을 거쳐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재무부로 넘어오는 세금에도 손을 댄 것으로 2003년도 9월의 국제통화기금(IMF) 보고서는 공개하고있다. 이와관련해 이스라엘은 지난 2000년 가자지구 소요사태를 계기로 팔레스타인에 대한 관세지급을 중지했고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극심한 재정난에 시달리게 됐다. 결국 2002년말 기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빚은 국내총생산(GDP)의 10%인 5억3천100만달러 수준으로 불어났고, 아라파트는 PCSC의 관리권을 신설된 팔레스타인 투자기금에 넘겼다. 팔레스타인 투자기금이 뉴욕의 S&P에 의뢰해 작성한 투자내역 평가보고서가 공개된 것은 지난 5월이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팔레스타인 투자기금의 2003년도 총수입은 8천510만달러, 순익규모는 4천10만달러선이다. 또 PCSC는 세계최대 은행인 씨티그룹의 벤처캐피탈투자용 계좌에 6천800만달러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씨티그룹은 아라파트 계좌의 존재 자체를 부인한다. 현재 팔레스타인 투자기금의 주요 투자처는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에 집중돼있다. 자산가치 5천400만달러 규모의 세멘트, 영국 BG그룹 산하 리딩과 팔레스타인자치정부가 합작투자한 가스채굴사 지분 7천100만달러, 팔레스타인 유일의 휴대전화서비스업체인 팔레스타인 셀룰러 커뮤니케이션즈 지분 35%(3천690만달러) 등이 대표적이다. PCSC는 이밖에 카이로에 본사를 둔 오라스콤 텔레콤의 알제리와 튀니지 자회사지분을 각각 25%, 22% 소유하고 있다. 또 미국내에도 순전히 PCSC의 투자분 관리목적으로 댈라웨어에 지주회사들이 여럿 설립돼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지난 2002년 6월 등록된 오닉스 펀드다. (서울=연합뉴스) sunn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