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들어 국내에도 기업들의 사회공헌활동이 기업경영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등장했지만 미국등 선진외국에선 보편적이면서 핵심적인 기업활동으로 자리잡은지 오래됐다. 미국과 유럽의 기업들은 지난 60-70년대 팽배했던 반전(월남전반대),반자본주의적인 사회운동의 파고를 헤쳐나오는 과정에서 기업이 속한 사회및 이해집단들과 대치하기보다는 "상생"하는 방식을 터득하게 되었다. 선진국기업들은 사회공헌활동이야말로 반기업정서를 가라앉히고 기업의 존재가치를 제대로 인식시키는데 가장 탁월한 전략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이들은 기업내부적으로도 직원들의 자긍심과 결속력을 높이는데 탁월한 효과를 보고있다. 세계적으로 존경받는 기업들의 사회공헌 노하우를 알아보자 -------------------------------------------------------------- 1980년대 미국 신시네티주 아이켄 고등학교의 대학 진학율은 10%도 안됐다.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사는 이 지역의 학생들은 공부와는 거리가 멀었다. 교사들도 잔혹한 현실 속에서 비행으로만 빠져드는 학생들을 거의 포기했던 터였다. 그랬던 아이켄 고교가 변하기 시작한 건 지난 1989년.GE가 저소득층 밀집 지역 학교들의 대학 진학율을 두배로 끌어올리는 'The College Bound Program'을 시작하면서부터다. GE의 자원봉사자들은 이 때부터 아이켄 고교 학생들의 교사를 자처하고 나섰다. 정규 교사들도 포기한 학생들의 마음을 다잡고 공부를 가르치기 시작한 것.학부모 상담은 물론 학교시설관리와 행정 업무까지 지원했다. GE의 끈기어린 설득과 도움 끝에 지난해 아이켄 고등학교 학생의 70%가 대학에 진학할 수 있었다. 해외 우수 기업들의 사회공헌 활동은 GE의 사례처럼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고 지속적인 활동을 벌인다는 게 특징이다. 또 대부분 종업원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뤄진다는 점도 선진 기업 사회공헌 활동의 공통점으로 꼽힌다. GE의 직원과 퇴직자들로 구성된 자원봉사단체인 GE엘펀이 대표적인 예.1928년에 창립된 GE엘펀은 지역공동체,회사 그리고 삶을 향상시킨다는 목표 아래 GE의 직원과 퇴직자들이 자발적으로 구성한 조직이다. 전세계 1백35개 지부에 5만2천명 가량의 회원들이 활동하고 있다. 엘펀은 자체의 조직과 세칙에 의해 운영되는 독립체다. 회사의 보조금 없이 회원들의 회비로만 운영된다. 미국의 경우 통상 1인당 연간 35∼60달러 정도를 납부한다. 회비 이외에도 엘펀은 회원들에게 '쉐어링골드'라는 이름의 신용카드를 발급해 결제금액의 1%씩을 앨펀 활동기금으로 적립하는 등 다양한 모금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엘펀과 함께 GE 사회공헌의 양대 축인 GE재단(GE가 회사차원에서 기금을 출연)도 재정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GE 직원이라도 엘펀 활동에 반드시 참여할 필요는 없다. 선택에 의해 자비를 들여 봉사하기 때문에 참여율과 만족도는 어느 회사보다 높다. 또 GE에서 임원급 멤버가 되기 위해서는 엘펀활동을 거쳐야 한다는 게 암묵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엘펀의 활동은 장애인 돕기,환경보존에 이르기까지 다양하지만 특히 교육봉사활동에 중점을 두고 있다. 엘펀 회원은 GE 사업장이 위치한 지역의 재정이 어려운 학교들을 대상으로 봉사활동을 실시한다. 아이들의 리더이자 선생님,그리고 친구가 되어주는 것.제프리 이멜트 GE회장도 엘펀 활동에 관심이 많아 최근 커뮤니티재단(엘펀 리더가 설립한 공공자선단체)에 개인자격으로 1백만불을 기부하는 등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스탠다드차터드 은행의 'Seeing is Believing' 캠페인도 특정한 목표를 설정하고 공헌활동을 벌이는 대표적인 사례다. 세계 약 4천5백만명으로 추산되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시력회복 운동.시각장애인 중 80% 정도는 간단한 치료만으로 시력을 되찾을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이 회사는 2006년까지 6백만 달러의 기금을 모아 빈곤 지역의 시각장애인 1백만명의 시력을 회복시켜 준다는 장기 비전을 세웠다. 회사는 직원들이 마라톤 대회에 직접 참가해 띈 거리만큼 모금을 하고 회사가 그만큼의 매칭그랜트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종업원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이 밖에 배송전문업체인 FEDEX는 어린이 교통안전사고 방지를 위한 캠페인인 'Walk This Way'를 전세계에 걸쳐 진행하고 있다. HSBC은행도 세계의 생태계 보존을 위한 활동을 수년째 펼치고 있는 등 해외 기업들은 일정한 분야에서 기업이 할 수 있는 역할을 찾아내 목표를 설정하고 종업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내는 방식의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