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자기 집 안방 장롱에서 숨진 채 발견돼 주위를 안타깝게 했던 김모(5)군의 사인(死因)이 희귀 난치병의 하나인 '선천성척수성 근위축증'때문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21일 의료계 일부에서 첫 제기됐다. 이 병은 근육의 부피가 줄고 척추세포가 괴사하는 희귀성으로 대부분의 환자는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움직이기도 힘들어 10세 이내에 사망하게 되고, 사망하면 '기아사(飢餓死)'로 숨진 사람과 비슷한 형태를 보이게 된다. 수 년전 김군을 진료한 적이 있다는 한 소아과 의사는 "진료 당시 숨진 김군은걷지도 못하고 앉지도 못해 이 병을 앓는 것으로 진단했다"며 "김군의 여동생도 김군과 비슷한 증상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군의 부모도 집 주변 성당에 도움을 요청하면서 "아들이 음식도 제대로 먹지않고 계속해 말라가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주장은 김군의 시신이 발견되던 날 아사직전의 상태에서 구조된 김군의여동생(2)도 이 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보여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편 지난 20일 김군의 주검을 부검한 경북대 의대 법의학교실은 "김군의 체중이 같은 또래 정상 어린이의 ⅓에 불과하고 특이한 외상이 없는 점 등으로 미뤄 사인이 장기간 굶어서 죽는 '기아사'로 추정된다"고 밝혔었다. 이에 대해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감정을 의뢰한 김군의 위 속에 남아 있던 20㏄정도의 내용물과 심장혈액, 조직 등에 대한 부검결과가 나온 뒤 사인을 결론짓기로 했다며 현재로서는 어느 쪽도 단정지을 수는 없다고 밝혔다. (대구=연합뉴스) 이강일 기자 leek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