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봤느냐, 칸!" '한국의 거미손' 이운재(31.수원)가 '독일 거미손' 올리번 칸(35.바이에른 뮌헨)에 통괘한 KO승을 거뒀다. 이운재는 19일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독일의 A매치에서 신들린페널티킥 선방으로 건너편 골대 앞에서 미하엘 발라크의 페널티킥을 조마조마하게 지켜보던 칸을 일거에 주저앉혔다. 2002년 6월25일 상암벌 서울월드컵경기장. 독일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던 칸은 2002한일월드컵 준결승에서 네트로 빨려들던 이천수의 슛을 오른손 끝으로 쳐내 거칠것 없던 히딩크호의 진군을 멈춰세운 장본인이었다. 그러나 2년6개월이 지난 이날 골문 앞의 진정한 승자는 본프레레호의 수호신 이운재임이 입증됐다. 이운재는 이날 전반 25분 한국의 수비진 사이를 빠져든 미로슬라브 클로제와 1대 1로 맞서 예리한 슈팅을 감각적인 몸놀림으로 쳐내 선방의 전주곡을 울렸다. 그리고 후반 25분 이동국의 오른발 발리슛이 독일 네트를 사정없이 흔들어 다시-1로 리드를 잡은 후반 39분 이운재의 진가는 유감없이 빛났다. 키커는 전반 송곳같은 프리킥으로 네트를 가른 천재 미드필더 발라크. A매치 49경기에서 21골을 몰아넣은 발라크의 발끝은 한치의 오차도 없을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이운재는 볼을 향해 스텝을 밟고 달려오는 발라크의 미세한 움직임을 귀신처럼 읽어냈고 오른쪽으로 이미 몸을 날려 네트로 꽂혀드는 볼을 쳐냈다. 지난 12일 프로축구 K리그 챔피언결정전 2차전 승부차기에서 마지막 키커인 라이벌 김병지(포항)의 킥을 쳐낼 때처럼 이운재는 주먹을 불끈 쥐고 후배 태극전사들을 향해 승리의 손짓을 날렸다. 이운재로서는 지난 94년 댈러스에서 열린 미국월드컵 독일과의 조별리그 3차전후반에 당시 21세의 나이로 출전한 이후 독일전 3번째 출전 만에 귀중한 첫 승을 따내는 순간이었다. 아울러 10년동안 묻어놓았던 전차군단에 대한 설욕 의지를 현실로 만들어냈다. 이운재는 이날 대회 스폰서업체 한국타이어가 선정하는 경기 최우수선수(맨 오브 더 매치)에 선정돼 두 배의 기쁨을 맛봤다. (부산=연합뉴스) 옥철기자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