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부가 발표한 증권산업 발전방안은 증권사들이 본격적인 투자은행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매우 큰 의미를 지닌다. 그동안 우리나라 증권사들은 주식매매거래 중개 등 수수료 수입 위주의 영업을 펼쳐왔고, 그로인해 업무기반도 취약했던 것이 사실이다. 더구나 근래 들어서는 은행권에 대해 종래의 제2금융업무를 허용하는 이른바 유니버설뱅킹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더욱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번 업무영역 확대로 인해 증권업계가 새로운 수익기반 확충을 통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기초는 닦아진 셈이다. 증권업계가 정부방안에 대해 반색을 하고 나선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그러나 과연 얼마나 당초의 기대가 실현될지는 좀더 두고 볼 일이다. 제도가 마련됐다고 무조건 좋은 것만은 아니다. 우선 신탁업무의 허용과 파생상품의 취급 등 새로 추가된 업무영역은 선진적인 경영노하우가 필요한 분야다. 많은 수익기회를 제공하면서도 그만큼 위험 부담도 따른다는 얘기다. 그런 점에서 증권사들이 그러한 업무능력을 향상시키고,세계적인 투자은행들과 경쟁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전문인력이나 정보체계 및 상품운용전략에서 뒤질 경우 성장은커녕 몰락할 수도 있다는 점을 스스로 철저히 인식해야 할 것이다. 또 그러한 국제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지금과 같은 영세한 규모로는 불가능하다는 점도 심각하게 고민해 볼 문제다. 한마디로 증권사의 대형 전문화가 절실하다고 하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증권사 통폐합을 비롯한 증권산업의 구조조정이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 물론 인위적인 구조조정이 아니라 세계화시대에 살아남기 위한 자구차원의 구조조정이 신속히 이뤄지지 않으면 안된다. 업무영역의 확대 등 대폭적인 규제완화는 금융산업 전반에 큰 파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그만큼 경쟁의 격화를 의미한다. 치열한 경쟁이 금융회사의 체질강화로 이어지는 긍정적인 효과가 크지만 자칫 과당경쟁 등이 이뤄질 경우 불필요한 낭비요인도 많다. 현재 은행의 비대화로 인해 제2금융권의 원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도 그같은 현상의 하나다. 증권사들이 본격적인 투자은행으로 활동하기 시작하면 그같은 현상은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정부는 우리의 금융산업이 균형을 잡고 성장할 수 있도록 세심한 정책 조율이 필요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