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투자 열기가 가라앉으면서 기획부동산이 한파에 떨고 있다. 지난 여름 이후 상당수 기획부동산이 문을 닫았고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곳도 고전 중이다.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 밀집한 기획부동산 중 상당수가 지난 여름 이후 폐업했다. 지난 상반기까지만 해도 2백여개의 대형 기획부동산(직원 1백∼5백명선)이 테헤란로에서 성업 중이었지만 계속 영업 중인 곳은 그리 많지 않다. 한 기획부동산 관계자는 "대형 기획부동산의 경우 한 달 고정관리비만 4억∼5억원이 든다"며 "5∼6개월 정도 장사가 되지 않으면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기획부동산 종사자들은 다양한 자구책을 모색하고 있다. 간부 출신들은 소규모 기획부동산을 차려 작은 땅을 팔고 있다. 그러나 신행정수도 건설 무산 이후 땅에 대한 투자 열기가 식어 이마저도 쉽지 않다. 기획부동산 관계자는 "기획부동산이 시세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땅을 판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늘어나다보니 땅이 쉽게 팔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일부 발빠른 기획부동산은 '교환거래'에 나서고 있다. 지방의 땅과 장사가 잘 안되는 상가의 교환을 주선해 상당한 이익을 챙기고 있다. 땅에 돈이 묶인 사람은 일정한 수입이 나오는 장사를 해보고 싶은 욕구가 강하고 장사하는 사람은 영업이 안돼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을 이용하고 있다. 전화상담 요원으로 활동한 직원들 중 일부는 중개업소에 재취업하고 있다. 그러나 나머지 상당수는 다른 일을 해본 경험이 적어 실업자 신세로 전락했다. 기획부동산 관계자는 "거래규제가 심한 데다 가격이 올라 기획부동산들이 손댈 만한 땅이 별로 없다"며 "당분간 기획부동산들이 활개치는 일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