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사정 관계는 상반기에 다소 협력 분위기가 움트기도 했으나 하반기 들어 다시 대립이 고조됐다. `사회적 대화'에 비중을 두고 있는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등 노동계와 정부의 융통성 있는 배려가 초반 분위기를 이끌었으나 여론을 외면한 노동계의 파업 강행과정부의 강경 대응으로 다시 등을 돌렸다. 그동안 노사정간 `해묵은 숙제'로 남아있던 비정규직과 공무원노조, 퇴직연금등에 대한 `룰'을 정하는 작업이 시도됐으나 무너진 신뢰로 마무리에는 실패했다. ◆협력 분위기로 노정관계 출발 올해 노사관계의 주요 쟁점은 주5일 근무제 도입, 공무원노조법과 비정규직법안입법화 등이었다. 이런 굵직한 현안들을 놓고 올해 상반기에는 협력 분위기가 조성되기도 했다. 주5일 근무제 시행을 앞두고 지난 6월10일 파업에 들어갔던 병원 노사는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을 바탕으로 근로시간 단축의 경우 1일 8시간 주5일 40시간 근무를기본으로 하는 내용에 합의해 13일만에 파업을 끝냈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기본 서비스 제공이라는 조건을 달아 직권 중재 유보를 내려 노사 자율교섭을 촉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7월 서울지하철, 도시철도, 인천지하철 등의 파업시도와 LG칼텍스정유의장기파업에 대해 국민생활과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이유로 직권중재에 회부한것에 비해 유연한 대응을 보였기 때문이다. 융통성 있는 직권중재 운용으로 노사분규에 대한 정부의 개입을 줄이고 노사분규가 노정 대결로 비화되는 것을 미리 차단하는 효과를 얻은 셈이다. 또한 민주노총이 상반기 노사정 대표자회의 참여와 사회적 협의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노사간이나 노정간 대결보다는 자율교섭을 통해 임단협 타결을 강조한 점도그동안과 다소 차별되는 노동운동 전략으로 주목을 끌었다. ◆노동운동의 전투적 관행 약화 노동계가 총파업이라는 최후 카드를 올해도 여지없이 빼내들기는 했지만 전투적관행은 다소 약화되고 있다. 상반기에는 지하철과 LG칼텍스 등 노동계 전략사업장에서 파업 실패와 서울대병원노조와 코오롱노조의 수세적 타협으로 전투적 관행에 일정한 제동이 걸렸다. 하반기 들어서도 사회적 주목을 받았던 지난달 15일 전국공무원노조(전공노)의총파업도 사흘을 가까스로 버텼으나 여론의 지지를 등에 업은 정부의 강력한 대응으로 사실상 `하루 파업'으로 마감해야 했다. 민주노총도 비정규직법안 관련 강력한 총파업 투쟁을 수차례 경고했으나 결국총파업은 지난달 26일 `6시간 한시파업'을 통해 정부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보내는데 그쳤다. 이어 지난 3일로 예고됐던 철도노조의 총파업도 정부의 조정과 한발짝 물러선노사협상으로 총파업 직전에 극적으로 타결돼 교통.물류대란은 일어나지 않았다. 노동연구원 배규식 부연구위원은 "올해는 노사정 사이에 일부 타협이 시도되며새로운 질서를 모색한 점이 특징"이라며 "경제난 속에서 국민적 비판에 직면한 노동계 강경투쟁도 다소 누그러지고 노사정간 불신이 잠복해 있긴 하지만 `협력'의 여지는 남아 있다"고 평가했다. ◆갈등의 불씨..비정규직관련 입법화 대체적인 분위기 호전속에서도 노사정간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정부가 지난달 2일 비정규직법안을 국무회의에서 통과시킨 뒤 국회에 전격 제출하면서 노사정간 불신이 확산됐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서둘러 연대투쟁에 합의했고 비정규직법안 입법화에 `총력 저지'에 나선 뒤 민주노총은 총파업까지 강행하며 노사정 갈등이 높아졌다. 공무원노조의 파업 강행 이후 벌어진 대량 징계 사태는 양측의 갈등을 더욱 심화시켰으며 노정간 기본적인 신뢰마저 사라지는듯한 `험악한' 분위기가 조성되기도했다. 노사정이 비정규직법안을 비롯한 공무원노조법, 퇴직연금법 등 오랜 숙제를 풀려는 시도를 하며 상호간 대화 부족과 조급성이 초래한 결과였다. 이달초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내년 2월 국회로 비정규직법안 처리를 유보하며 일단 갈등은 봉합됐지만 본격적인 법안 심의가 시작되면 다시 고조될 전망이다. 민주노총 김태현 정책실장은 "정부가 사회 통합적 노사관계를 중시한다고 해놓고 일방적으로 비정규직법 입법화를 추진했다"면서 "정부가 법안에 대한 심도있는대화나 법안 수정없이 강행하려 한다면 언제든지 다시 충돌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연합뉴스) 한승호 기자 h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