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은 그 어느 해보다 정치권의 부침이 심한 한해였다. 지난 4월 총선에서 정치권의 대대적인 '물갈이'가 이뤄진 탓이다. 여야의 내로라하는 실세 중진들이 줄줄이 낙선의 고배를 마신 반면 50대의 새로운 스타들이 여야의 간판으로 급부상했다. 사상 유례없는 변화의 바람이 정치권을 강타한 것이다. 여권에서 대표적인 '뜬 별'은 이해찬 총리와 천정배 원내대표,정동영 통일부 장관,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김원기 국회의장 등을 꼽을 수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있는 천 원내대표는 16대때 비주류 정풍운동의 주역에서 일약 원내 과반의석을 확보한 집권여당의 원내사령탑으로 발돋움했다. 이 총리도 책임총리로서 주가를 높이면서 차기주자군에 합류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차기 예비주자로 분류되는 정 장관과 김 장관은 총선승리의 여세를 몰아 입각에 성공,'대권수업'에 들어간 상태다. 김 국회의장도 입법부 수장으로서의 굳건한 입지를 다졌다. 한나라당에서는 단연 박근혜 대표를 꼽을 수 있다. 총선 과정에서 이른바 '박풍(朴風)'을 일으키며 위기에 처한 당을 기사회생시켰고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7월엔 임기 2년의 '정식대표'로 선출됐다. 차기 대선주자로 누구보다 유리한 고지에 섰다. 원내사령탑을 맡은 김덕룡 원내대표와 소장파로 최고위원이 된 원희룡 의원,국방위 국감으로 주목받은 박진 의원도 뜬 인물군에 속한다. 민주노동당의 대선후보로 출마했던 권영길 의원도 이번에 지역구에서 금배지를 달면서 화려하게 부활했고 입심좋은 노회찬 의원도 성공한 케이스다. 진 별도 많았다. 국회 최다선(10선)을 꿈꾸며 지난 4월 총선에서 자민련의 선거를 진두지휘했던 김종필 전 총재가 전국구 입성에 실패,정계를 떠났다. 과거 여당인 민주당 대표를 지낸 조순형 박상천 전 의원이 총선에서 줄줄이 낙마했다. 정대철 전 대표는 불법 대선자금문제로 구속돼 출마조차 못했다. 한때 여당 실세였던 정균환 전 의원도 끝내 국회입성에 실패했다. 한나라당 대표를 지낸 최병렬 서청원 전 의원도 금배지를 달지 못했다. 홍사덕 전 총무는 자신의 오랜 지역구였던 강남을 떠나 수도권(경기 고양 일산갑)에 도전했지만 탄핵 역풍을 넘지 못했다. 민주당 선대위원장을 지낸 추미애 전 의원은 신예인 김형주 의원에게 고배를 마셨다. 대선캠프의 자금을 총괄했던 열린우리당 이상수 사무총장과 한나라당 김영일 사무총장도 나란히 대선자금 문제로 구속까지 되는 수모를 당했다. 17대에 실패한 인사들은 서울 여의도와 마포 등지에 개인사무실을 차려놓고 활동하거나 1년정도의 일정으로 유학을 떠나는 등 각기 재기를 모색하고 있다. 이재창·홍영식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