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문제의 해법을 둘러싸고 미국과 유럽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가 12일 보도했다. 타임스는 이란의 잠정적인 핵동결 약속을 이끌어낸 유럽국가들은 이란의 영구적인 핵포기를 위한 다음 단계의 협상에 미국이 참여해 안보보장, 평화적 핵이용권 보장 등 유인책을 제시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북한의 제네바 기본합의 위반을 경험한 미국은 이에 회의적인 입장이며 국제사회가 일치단결해 이란의 핵무기 포기를 촉구하고 불응시 초래될 결과를 엄중경고하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타임스는 양측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전했다. 신문이 인용한 유럽의 한 외교관은 "우리가 이뤄낸 이란과의 합의는 완벽하지 않으며 이를 영구적인 핵개발 중단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면서 "이란에 많은 당근을 제공하지 않고서는 이에 성공할 수 없고 미국 없이는 포괄적인 합의에 도달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미국 행정부의 한 고위 관리는 북미 기본합의의 경우처럼 이란도 쉽게 이같은 합의를 위반하거나 편법을 동원해 빠져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행정부 관리는 유럽과 이란의 합의에 관해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이란의 준수여부를 감시할 능력이 있을지에 대해 자신할 수 없다면서 유럽이 IAEA의 사찰권에 지나친 제한을 가할 수 있도록 합의해줬고 그동안 서방 전문가들이 파악하지 못했던 시설에 대한 사찰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고 그 이유를 들었다. 유럽 협상 대표들은 다음 단계 협상에 미국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합의가 준수되지 않을 경우에는 유럽도 이란 문제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넘겨 제재 방안을 논의하는데 합의해줄 것임을 이란에 경고했다고 미국측에 밝혔다. 그러나 미국은 유럽의 이같은 접근법이 의도는 좋으나 이란의 의중에 관해 잘못된 판단에서 비롯된 순진한 생각이라고 일축하면서 현단계에서 필요한 것은 양측이 일치단결해 이란의 행동을 요구하고 불응할 경우 제재를 가하겠다고 위협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는 전했다. 타임스는 최근 콜린 파월 미 무장관의 미ㆍ유럽 회의 참석과 내년초 조지 부시 대통령의 두번째 임기 취임식 직후로 예정된 그의 유럽 순방 외교활동에도 불구하고 양측의 이 같은 견해차는 단기간에 해소될 것같지 않다고 진단했다. 한편 뉴욕 타임스는 별도의 기사에서 미국의 이같은 강경입장에도 불구하고 국방부의 전쟁 기획가들과 분석가들은 잘 은닉돼 있고 인구가 조밀한 도시지역을 포함해 여러곳에 분산돼 있는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일소할 수 있는 군사적 선택방안이 없음을 지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란과의 협상에 관여해온 유럽의 한 관리도 "핵 시설이 파괴당해도 6개월 이내에 자체기술로 재건할 수 있다"는 이란의 공언과 군사적 행동으로 핵개발을 지연시킬 수는 있을지 몰라도 그이후 이란이 핵무기를 추구할 수 있는 명분과 의지가 더욱 강해질 것이라는 점을 들어 군사행동의 효용성에 의문을 표시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이에 따라 전쟁 기획가들은 이란의 경우 공습이나 특수부대 작전, 전면전 등과 같은 군사행동보다는 외교채널을 통한 해결책을 모색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고 타임스는 전했다. (뉴욕=연합뉴스) 추왕훈 특파원 cwhy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