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가 내년 경기회복의 최대 관건이다" 한국은행은 내년 수출증가율이 한자릿수로 떨어지는 반면 민간소비와 설비투자가 소폭 증가세를 나타내면서 경제성장률이 4.0%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했다.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4.0%의 성장률이나마 유지하기 위해서는 장기침체를 거듭해온 민간소비와 설비투자가 내년 하반기부터 살아난다는 전망을 전제로 하고 있는것이다. 이러한 전망대로 소비와 투자가 회복되기 위해서는 다른 어떤 부문보다도 자동차 내수판매가 결정적 역할을 해줘야 한다는 것이 한은의 분석이다. ◆자동차 내수판매의 경제성장 기여 비중과 충격파 설비투자 가운데 80%는 기계설비가 차지하며 나머지 20%가 운수장비다. 이 운수장비 가운데 90% 정도는 자동차가 차지한다. 개인용 승용차를 제외한 상용차, 즉 기업의 업무용 차량이나 버스, 트럭 등이전체 설비투자의 18% 정도를 점하는 것이다. 소비부문에서는 내구소비재 판매의 약 30%를 승용차가 차지한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는 올해 자동차 내수 판매대수를 112만대로 추산하고 있다. 외환위기 때를 제외하면 1991년 이후 최악의 실적이다. 한.일 월드컵과 대통령선거가 있었던 2002년 내수 판매대수가 162만대였던 것과비교하면 2년째 극심한 판매부진을 나타낸 것이다. 이처럼 승용차나 상용차를 가릴 것 없이 내수판매가 부진에 허덕임에 따라 국내총생산(GDP) 계정상의 민간소비와 설비투자도 함께 침체를 보였다. 설비투자는 지난해 2.4분기부터 올해 1.4분기까지 4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한 후 올해 2.4분기부터 소폭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부진의 근본원인은상용차 판매가 극도로 부진했기 때문이다. 지난 3.4분기 설비투자는 6.7% 증가했으나 내용을 살펴보면 기계류가 9.6% 증가한데 비해 운수장비는 5.7% 감소함으로써 반도체 등 일부 정보기술업종에 설비투자가 편중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민간소비는 지난해 2.4분기 이후 올해말까지 7분기째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갈전망이다. ◆내년 자동차 수요 살아날까 한은은 올해 전체로 4.1%에 그치는 설비투자 증가율이 내년 5.3%로 올라갈 것으로 전망했다. 민간소비는 올해 0.9% 감소에서 내년에는 1.8% 증가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했다. 이러한 전망에는 자동차의 판매 회복을 상당부분 전제로 삼고 있다. 한은의 이주열 조사국장은 "내수가 내년 하반기부터 회복되는지 여부는 자동차가 가장 큰 관건"이라면서 "지금까지 극심한 침체를 보여온 자동차 수요가 내년부터는 서서히 살아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은이 자동차 판매가 회복될 것으로 조심스럽게 전망하는 배경은 기존의 등록차량 가운데 교체수명이 한계에 이른 차량이 상당수에 이른다는 분석에 기초하고 있다. 9월말 현재 전국의 자동차 등록대수는 1천486만5천대로 1천500만대에 육박한다. 차량의 수명을 10년으로 잡으면 등록대수의 10%, 즉 150만대의 교체수요가 내년중 발생하는 셈이다. 또 상용차 가운데 차령(車齡)이 6년 이상된 차량의 비중이 50%에 달하고 있다. 올해의 내수판매 추정치 112만대는 이러한 교체수요를 감안할 때 지나칠 정도로차동차가 안팔린 셈이며, 내년쯤에는 소비주체들이 그동안 무작정 미뤄온 자동차 구입을 실현하는 상황이 도래할 것으로 한은은 보고 있다. 게다가 올해는 신차가 5종이 출시된데 반해 내년에는 경유승용차 등을 비롯, 모두 14종의 신차가 출시될 예정이다. 따라서 한은은 업계의 예측을 인용, 내년에는 140만-150만대 정도는 팔릴 것으로 내다봤으며 그에 따라 민간소비와 설비투자도 살아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비관론도 만만찮아 한은이 내년 자동차 수요 회복에 큰 기대를 걸고 있는 것과 달리 자동차공업협회에서는 여전히 비관론을 거두지 않고 있다. 자동차공업협회의 김소림 이사는 "자동차내수 판매대수가 올해는 112만대 정도고 내년은 115만대로 올해보다 소폭 증가에 그칠 것"이라면서 "경제외적인 변수로인해 마이너스를 나타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이사는 "등록대수 1천500만대를 근거로 연간 교체수요를 150만대로 추정하기도 하지만 요즘에는 기존 차량을 1-2년 더 타는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기 때문에 내년이라고 수요가 갑자기 회복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했다. 김 이사는 신차 효과에 대해서도 "국내 자동차산업의 역사상 가장 훌륭한 차라고 해도 손색이 없는 신모델이 올해 대거 출시됐으나 신차 효과가 단기간에 그쳤다"면서 "내년부터 특별소비세가 오른다고 해도 수요가 꿈틀거리지 않을 정도로 시장이냉각돼 있다"고 강조했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현재의 내수부진은 경기순환적인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인문제"라면서 신규고용 창출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가계소득 증가가 뒷받침되지 않은 상태에서 자동차 수요 회복을 낙관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한은이 전망하는 것처럼 내년 자동차 내수판매가 제대로 회복되지 않을경우 민간소비와 설비투자 부진이 계속되면서 4.0%로 설정된 내년 성장률 전망치가3%대로 추락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서울=연합뉴스) 박상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