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수능부정 의혹이 있는 문자메시지에 대한 수사를 확대하면서 공교롭게 수능시간에 숫자를 포함한 일상적인 메시지를 보낸 휴대폰 이용자들이 경찰의 조사를 받는 등 애꿎은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다. 서울 영등포경찰서에서는 현직교사가 수능 시험을 본 남동생 명의의 휴대폰에 3교시 외국어 시험이 시작된 지 3분만에 `영어 1'이라는 메시지를 보내 경찰 조사를 받았다. 조사결과 이 현직교사는 수능 당일 아들의 시험때문에 불공을 드리러 간 어머니의 부탁으로 평소 동생 명의의 휴대폰을 갖고 다니던 어머니에게 `영어 1시20분에 시작'이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밝혀졌다. 서초경찰서는 조사한 메시지 가운데 숫자가 나열된 메시지가 포함돼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촉각을 곤두세웠으나 부부사이에 통장 계좌번호를 주고 받은 메시지로 판명났다. 또 수능일인 17일 서초구의 모 고교 1학년생 2명이 학원숙제를 하면서 `23 3 245'(23번 답은 3번, 24번 답은 5번)식으로 메시지를 송수신해 경찰의 오해를 사 조사를 받기도 했다. 서초구와 영등포구의 모 학원에서는 수능당일 시험 뒤 공개되는 문제지를 고교1, 2학년 수강생에게 나눠주며 모의 시험을 치렀는데 수강생들이 휴대폰으로 답을 주고받는 `모의 커닝연습'을 한 메시지가 수능 부정메시지로 분류됐다. 성동경찰서에서 조사 중인 `의심 문자메시지'는 중학교 3학년생이 친구에게 시험범위를 문자메지로 `13 24 27 35'(13쪽∼24쪽, 27쪽∼35쪽)라고 보낸 것으로 밝혀졌다. 남부경찰서의 조사대상 메시지 가운데는 대학생이 세 자리로 된 물리학 시험범위를 친구에게 가르쳐 준 메시지가 의혹을 받았는가 하면 손님이 택배 배달원에게 배달을 해달라며 자기 집 전화번호를 문자메시지로 보낸 경우도 있었다. 서초경찰서와 종암경찰서에서는 TV드라마의 유행어인 `2222너2222'(이안에 너있다)라는 메시지를 주고받은 연인이 `용의선상'에 오르는 웃지못할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의심이 가는 문자메시지 대부분이 대학생들끼리 강의실 번호를 보내거나 은행 계좌번호, 버스번호 등을 송수신한 일상적인 내용"이라며 "그러나 의혹이 남지 않도록 끝까지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의 조사를 받은 한 `수능 부정 의혹 대상자'는 "수능일에는 문자메시지도 마음대로 보낼 수 없는 것이냐"며 "경찰에서 갑자기 연락이 와 깜짝 놀라기도 했고 내 메시지를 남이 보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니 불쾌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경찰팀 hskang@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