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컨설팅업계 부동의 1위 자리를 지켜오던 맥킨지 서울사무소의 명성이 퇴색되고 있다. 외환위기 직후 대기업과 금융회사의 구조조정 및 중장기비전 실행방안 마련 과정에서 대규모 일감을 따내 줄곧 1위를 달려온 이 컨설팅펌이 최근 주요 고객사들이 속속 이탈하면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미 1위 자리를 다른 컨설팅펌에게 빼앗겼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고객사들은 맥킨지의 전략컨설팅 방법이 구체적인 실행방법보다는 고차원적인 장기비전에 집중돼 있어 실제 컨설팅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하고 있다. 더욱이 맥킨지가 경쟁 업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컨설팅 수수료를 요구하고 있는 것도 고객사들의 이탈 현상을 가속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7일 컨설팅업계에 따르면 그동안 맥킨지 서울사무소 매출의 약 80%를 차지해오던 장기 고객사(1년이상 계약을 맺고 다양한 주제의 컨설팅을 받는 회사)중 상당수가 맥킨지와의 계약 연장을 포기했다. 두산은 보스턴컨설팅그룹(BCG)으로,LG화학은 AT커니로 옮겨갔다. LG화학 관계자는 "맥킨지는 고차원적인 전략만 취급하다보니 실제로 함께 일을 하는 실무자들과 갈등을 겪기도 했다"며 실질적인 컨설팅 효과를 얻자는 취지에서 컨설팅사를 교체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맥킨지와 장기 계약을 맺고 있는 고객사는 국민은행과 LG텔레콤 정도.하지만 국민은행과는 김정태 전 행장 퇴임 이후 돈독한 관계가 한 풀 꺾인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강정원 신임 행장은 취임 직후인 지난달 이중락 부행장 등 맥킨지 출신 임원들을 모두 퇴임시켜 버렸다. 맥킨지를 통해 추진하던 팬아시아정책(매년 아시아권에서 1∼2개 은행을 인수해 아시아 소매금융전문은행으로 거듭난다는 정책)도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맥킨지로선 최대 고객이 빠져나갈 수도 있는 위기인 셈이다. 맥킨지는 최근 몇 주 사이 새로운 고객사들로부터 단기 프로젝트를 몇개 따냈지만 "이 고객사들이 맥킨지의 안정적인 수입원으로 자리잡을지는 시간이 지나봐야 알 수 있다"는게 업계 관계자들의 일반적인 평가다. 맥킨지가 고객사 발굴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컨설팅 수수료가 경쟁업체에 비해 높기 때문이다. 맥킨지의 컨설팅 수수료는 업계 평균보다 30% 가량 높다는 게 정설이다. 최근 맥킨지를 퇴사한 한 관계자는 "맥킨지는 '프리미엄 프라이스(premium price)'를 고집하고 있지만 그만큼 효과적인 컨설팅을 해주고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같으면 맥킨지가 프리미엄 프라이스를 제시하더라도 명성을 바탕으로 충분한 일감을 따낼 수 있었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며 "구조조정을 마친 대기업들은 이미 '큰 그림'을 완성하고 '구체적인 성장 전략'을 짜는 데 골몰하고 있는 반면 맥킨지는 아직도 너무 거시적인 전략에 마케팅 포인트를 두고 있다는 것이 문제"라고 평가했다. 맥킨지가 잃어가고 있는 명성을 되찾을지는 철저히 맥킨지 스스로의 판단에 달려 있는 것 같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