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거대 보수 야당 기독교민주연합의안겔라 메르헬 당수는 6일 "독일은 기독교-유대교적 가치에 바탕한 사회이며, 이 가치는 독일에 사는 누구에게나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메르헬 당수는 이날 전당대회에서 88.4%의 찬성으로 재선출된 뒤 연설을 통해당내 분열 방지와 차기 총선 승리를 강조하면서 사회민주당 정권을 공격하고 최근확산되고 있는 독일 국민들의 반(反)이슬람 정서를 자극하는데 주력했다. 메르헬 당수는 독일에서 거주하고자 하는 누구에게나 기본권은 보장되어야 한다면서도 "이들은 독일어를 공부하고 어린이에게 교육의 기회를 주고 여성의 권리를존중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소위 다문화(多文化) 사회는 성공할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증오를 가르치는 이슬람 성직자 등에 대해서 독일이 더는 관용해서는 안되며, 이들은 독일을 떠나야 한다"고 메르헬 당수는 촉구했다. 공산 정권 하의 동독 지역 목사의 딸이었던 메르헬 당수는 이어 자신의 어린 시절을 이야기하면서 신앙과 가정, 애국심 같은 보수적 가치들을 줄곧 강조했다. 또 정부가 동서독 통일 기념일인 10월 3일을 공휴일에서 없애기 위해 통일절을 10월 첫 일요일로 바꾸려다 여론 반발에 밀려 철회한 점을 부각시키면서 현 정권은 동독인의 `고향'에 대한 정서를 무시하고 애국적 가치를 훼손시켰다고 비난했다. 당내 권력 투쟁과 지지율 하락에 시달려온 메르헬 당수는 이날 재선 소감에서 "우리 자신이 아닌 다른 정당을 공격하자는 것이 향후의 구호가 돼야 한다"면서, 단합 분위기를 띄우려 애를 썼다. 메르헬 당수는 "사민당 정권의 잘못된 국정 운영으로 나라가 엉망이 되고 있다. 우리는 유럽의 병자다. 독일이 도대체 어찌된 일이냐는 질문을 더는 받고 싶지 않다" 면서 "2006년 9월 총선에서 이런 잘못된 상황을 끝내자"고 촉구했다. 또 미국과 대립한 슈뢰더 정권을 비난하며 미국과의 동맹 강화를 천명하는 한편 이슬람 국가인 터키의 유럽연합(EU) 가입을 반대했다. 기민련은 상원을 장악하고 있으며, 6개월 전만 해도 지지율 50%로 집권 사회민주당을 압도해 차기 총선 승리를 거머쥘 듯 했다. 그러나 올여름 이후 국민들이 공감할 정책대안을 내놓지 못한 채 당내 권력투쟁에 골몰하자 지지율이 추락, 지난 2002년 총선 처럼 차기에도 다 잡았던 선거 승리를 놓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 주 공영 ARD방송의 여론 조사에서 기민련 지지율은 38%로 떨어진 반면 전후 최저치인 23%까지 추락했던 사민당 지지도는 32%로 올라갔다. (베를린=연합뉴스) 최병국 특파원 choib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