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재 부족으로 사상 최대의 호황을 구가하고 있는 철강업계에 제품가격을 인하해달라는 요구가 쇄도하고 있다. 철강업계는 원자재 가격 상승 때문에 제품가격 인하가 어렵다는 입장이나, 조선.건설 등 수요업계의 불만이 계속 커지고 있어 업계간 갈등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7일 업계에 따르면 건설업체 자재구매 담당자들의 모임인 `건설회사 자재직협의회(건자회)'는 INI스틸을 비롯한 국내 철근업체들에게 공문을 보내 철근의 내수판매가격을 인하해줄 것을 공식 요청했다. 건자회 관계자는 "건설경기의 침체로 건설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어 철강업체들에 가격 인하를 요구했다"면서 "지난 주말 INI스틸에 공문을 발송했으며 동국제강에도 공문을 보내 인하를 요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중국산 철근은 현재 t당 46만원선으로 가격이 하락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으나 국내업체들은 철근가격을 t당 53만원까지 인상한 뒤 내리지 않고 있다"면서 "건설경기 침체가 지속되면 철강업체들도 철근 판매량이 감소하는 등 건설업계와 같은 어려움을 겪게 되는 만큼 가격을 인하해 상부상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철강업계가 올해 사상 최대의 이익을 내고 있으나 철근의 판매량은 감소하는 등 철근부문의 부진이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면서 "향후 건설업계와 철강업계가 긴밀한 협의를 통해 시장상황을 반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건설업계의 이같은 요구는 건설경기의 침체로 실적이 악화되자 철근 가격의 인하를 통해 원가 부담을 낮추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건설업계는 지난해 말과 올해 초에 걸쳐 철강업계가 철근과 형강 등 제품가격을 인상하자 공정위 제소방침을 밝히는 등 강력히 반발, 철강업계와 갈등을 빚은 바 있다. 이에 대해 철강업계는 건설 경기 침체 등의 상황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철근의 원자재격인 고철가격이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어 당분간 제품가격의 인하는 어렵다는입장이다. 철강업체가 생산하는 후판으로 배를 건조하는 조선업계도 지난 7월 조선협회 명의로 동국제강에 가격인하를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하는 등 제품가격 인하를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특히 내년 초에는 철광석과 석탄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의 상승과 함께 철강재의 공급부족이 가중되면서 가격도 더욱 상승할 것으로 보여 철강업계와 수요업계가 갈등이 심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수요업계의 입장을 이해는 하지만 가격은 원자재 가격 등 시장의 상황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라면서 "수요업계의 입장을 최대한 반영하기 위해 노력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지훈기자 hoon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