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천억원대 막대한 지하자금을 동원해 2천여개의부실한 회사의 주식대금 가장 납입을 대리해 주고 수수료를 챙긴 명동 일대 `큰손'들과 이들을 중개한 알선업자들이 검찰에 적발됐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사부(국민수 부장검사)는 7일 회사 주금을 가장 납입한 혐의(상법위반) 등으로 사채업자 김모(46.여).조모(65.여)씨 등 전주(錢主) 2명과 주금 납입 알선업자 김모(38)씨 등 3명을 구속기소하고 알선업자 반모(31)씨 등 7명을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이번 단속은 연말 결산 시즌을 앞두고 기승을 부리고 있는 불법 사채업자 등 `검은 돈'에 철퇴를 내리고 건전한 금융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100억원 이상의 주금을 가장 납입한 명동 일대 사채업자들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검찰에 따르면 전주 김씨는 작년 4월부터 올 7월까지 J사 등 주금 가장 납입 알선업체에 1천894억여원을 대여해 1천255개 주식회사의 주금을 가장 납입해 주고 수수료 등 명목으로 부당 이득 4억여원을 챙긴 혐의 등이다. 검찰조사 결과 알선업체 직원들이 주금 납입을 의뢰한 회사의 대리인으로 나서 전주의 돈을 주금으로 납입하고 은행으로부터 주금납입 보관증명서를 발급받아 회사의 설립 등기 등 필요한 절차를 마친 즉시 전액 인출해 전주에게 돈을 돌려주는 방식으로 주금 가장 납입이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주금 가장납입 대가로 의뢰인으로부터 납입대금 1억원당 25만원∼30만원씩을 수수료로 받아 이중 알선업자가 5만원을 챙기고 나머지는 전주들이 가지는 방식으로 수익을 나눈 것으로 조사됐다. 재작년 11월부터 올 7월까지 1천13개 회사에 1천500억여원의 주금을 가장납입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알선업자 김씨는 전국의 법무사 사무실에 홍보 전단지를 돌리는 등 적극적인 `고객' 유치에 나서기도 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검찰은 모 은행 3개 지점에서 대규모 주금 가장 납입이 집중적으로 이뤄졌으며 이들 지점 관계자들이 가장 납입을 사실상 묵인한 사실을 확인, 금감원에 관련 내용을 통보했으며 이후 지점장 1명이 면직처분되는 등 7명의 은행원들이 중징계를 받은것으로 알려졌다. 가장납입으로 설립된 이른바 `깡통회사'들은 딱지어음 사기 등 각종 비리에 이용되는 등 선량한 투자자들을 현혹시키고 국민 경제를 어지럽혀 왔지만 법무사와 은행 등 암묵적인 방조 아래 지금껏 근절되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개별 기업의 주금 가장납입을 수사해 기업주들을 처벌하는데 그쳤지만 이번 수사는 가장납입 자금을 전문적으로 제공해 온 명동일대 전주 및 알선업자들을 중점 단속, 주금 가장납입의 돈줄을 끊어 가장납입을 둘러싼 구조적인 비리를 척결한 데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금감원 관계자는 "검찰의 대대적인 수사결과 사채업자를 통한 주금 가장납입 상황은 상당히 개선되고 있다"며 "최근에도 은행과 법무사 협회, 법원 등에 공문을 보내 주금 가장납입과 관련한 엄중한 지도 감독을 촉구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bana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