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6일 국가보안법 폐지안의 국회 법제사법위 재상정 문제를 놓고 정면으로 격돌했다. 열린우리당이 이날 오후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위원장의 `사회권 직무대행'을 통해서라도 국가보안법 폐지안을 상정키로 한 데 대해, 한나라당은 실력저지도 불사하겠다며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혀 물리적 충돌이 예상된다. 우리당은 지난 3,4일 한나라당 소속인 최연희(崔鉛熙) 법사위원장이 국보법 폐지안을 상정시키지 않은 것은 고의적인 의사진행 기피에 해당한다며 `위원장이 위원회의 개회 또는 의사진행을 거부, 기피할 경우 다수교섭단체 소속 간사가 위원장의직무를 대행한다'는 국회법 50조5항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천정배(千正培) 원내대표는 "지난주 나흘동안 (최연희 위원장이) 명백히 의사진행을 기피했다"며 "이제는 국회법에 따라 법사위원장 직무를 우리당 간사위원이 대리 수행할 것"이라고 말해 상정강행 방침을 강조했다. 천 원내대표는 이어 "국회법에 따라 국회를 정상적으로 운영하는 것이야 말로 국민들이 바라는 제1의 정치개혁"이라며 "법사위에서 국가보안법 폐지안과 형법보완안, 공직자부패수사처법, 부패방지법 개정안 등의 주요법안을 반드시 상정하겠다"고말했다. 우리당이 지난 3일 법사위에 제출한 의사일정 변경동의안은 국보법 폐지안과 형법보완안을 비롯해 공수처법, 부패방지법, 임대차보호법, 파산법 등 11개 법안의 상정을 요구하고 있다. 이부영(李富榮) 의장도 "한나라당 소속 법사위원장 자신이 대안 제시를 요구하고 있음에도, 한나라당이 안을 내놓지 않고 무조건 막으려고만 하는 것은 국회법 자체를 스스로 부인하는 일"이라고 비난했다. 김현미(金賢美) 대변인은 "국보법 폐지안 상정을 가로막는 3인방은 한나라당 김덕룡(金德龍) 원내대표, 장윤석(張倫碩) 법사위 간사, 주성영(朱盛英) 의원"이라며 해당 의원들의 과거 언행에 관한 자료를 배포하는 등 국보법 폐지안 상정을 둘러싼갈등이 일촉즉발의 여야간 감정대결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최 위원장이 명시적으로 회의진행을 회피하거나 거부한일이 없으므로 국회법 50조5항의 적용 대상이 되지 않는다면서 여당의 상정 강행시몸으로 막겠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박근혜(朴槿惠) 대표는 이날 상임운영위 회의에서 "국보법 폐지는 국민 대다수가 반대하고 국민의 70% 이상이 합의처리해야 한다고 하는데 다수당이라고 해서 표결로 밀어붙여 하겠다는 것은 절대 안된다"며 "정치권이 매달려야 하는게 민생경제를 살려내는 것인데, 정치권이 이래선 안된다"고 말했다. 김덕룡(金德龍) 원내대표도 "이 정권이 국보법 폐지에만 매달려 법사위에서 법안 처리가 올스톱됐는데 고의로 정기국회를 파행시켜 임시국회를 연뒤 거기서 날치기로 국보법 폐지를 통과하려는 음모같다"며 여당이 먼저 국보법 폐지안을 철회하면그 이후 한나라당의 대안을 내겠다고 밝혔다. 법사위의 주성영 의원은 "법적 요건상 여당의 의사일정변경동의안은 불법"이라며 "불법적인 상정은 몸으로라도 막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국회에서는 법사위의 국보법 폐지안 상정 충돌외에도 운영위의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민간투자법 개정안, 행정자치위의 일제하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특별법개정안, 문화관광위의 언론관계법 제.개정안 등에 대한 심의가 열려 `4대 입법'과 `뉴딜' 관련법을 놓고 여야간 공방이 벌어졌다. 운영위에서 우리당은 연기금 등의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범위를 병원, 학교 등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민간투자법 개정안을 조속한 시일 내에 상정해 본회의에서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한나라당은 연기금을 학교시설 등에 투자해서 수익성이보장되지 않을 경우 연기금이 부실화돼 결국 국민부담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며개정안에 대한 공청회 실시를 주장했다. 행자위에서 우리당은 친일진상의 철저한 조사를 위해 `진상조사위'를 국가기구화 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한나라당은 중립.전문적 조사를 위해 학술원 산하 민간기구로 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아 설전이 벌어졌다. 문광위는 법안심사소위를 열어 우리당이 제출한 정간법 개정안과 신문법 제정안,언론중재 및 피해구제에 관한법 제정안, 한나라당이 제출한 정간법 개정안과 언론분쟁이 중재에 관한법 제정안 등을 놓고 병합 심의를 벌였다. (서울=연합뉴스) 맹찬형 김병수기자 mangels@yna.co.kr bings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