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일부 고위 관리들은 전면전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이란의 핵개발을 막을 방법은 없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스라엘의 한 소식통은 이러한 관점이 이스라엘 정부의 공식 견해는 아니지만 국방부와 정보기구 모사드가 위치한 텔아비브 정가에 확산되고 있다고 1일 밝혔다. 그는 이스라엘 군사전략가들이 지난 1981년 이라크 바그다드 인근의 오시라크 원자로를 폭격한 것처럼 이란을 공격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란에는 각각 다른 종류의 핵개발을 수행하는 3군데의 핵시설이 있으며 이 시설들은 인구가 밀집한 도심의 지하 깊은 곳에 설치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텔아비브에 있는 한 서방 외교관도 이번주 유럽연합(EU)과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이란의 핵활동 동결 선언을 끌어냈지만 이스라엘의 국방ㆍ정보 관리들은 이란이 결국은 핵개발을 재개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은 이란 정부가 핵 개발을 준비하는 이유로 미국이 그에 대한 명확한 견해를 밝히지 않았다는 점을 들고 있다. 미국 관리들은 미국이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용인하지 않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혔지만 동시에 핵개발을 막기 위한 구체적인 전략을 보여주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이란이 인도, 파키스탄과 함께 중동ㆍ서남아시아지역에서 핵보유국으로 등장하는 것은 이스라엘의 핵정책에 큰 영향을 미친다. 5년 전까지도 이스라엘의 핵개발 능력은 공공연한 비밀이었지만 지난 2000년 이스라엘은 핵개발에 대해 오랫동안 견지해 왔던 모호한 태도를 버리고 처음으로 크네세트(의회)에서 핵정책에 대해 논의했다. 그러나 여전히 이스라엘이 핵무기를 보유 했다는 공식 발표는 없었다. 이스라엘이 핵보유를 공개하지 않은 것은 중국과 파키스탄이 이란, 이라크에 핵관련 지원을 하지 못하게 하면서 이스라엘에 대해서는 핵보유를 인정할때 가해질 이중 기준이라는 비난을 피하려고 미국이 지난 1969년 이스라엘과 체결한 양해협정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란이 핵보유국 반열에 들면서 이 협정은 재고되거나 폐기될 상황에 처해 있다. 현재 이스라엘로서는 핵보유 비공개보다는 핵억지력 유지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냉전기에 군사적 세력균형을 유지하게 했던 '상호확증파괴'정책이 이스라엘 핵 정책의 한 원형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지난달 30일 이란이 우라늄 농축 중단은 잠정적이라고 밝힌 것처럼 외교적 줄다리기를 계속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미국의 군사적 위협 때문이라고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CSM) 인터넷판이 2일 보도했다. 신문은 중동지역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 미국이 이란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면서 각각 이란의 동쪽과 서쪽에 있는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 군대를 주둔시키는 상황에서 군사적 공격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미국측의 보장이 없다면 이란은 국제적 압박에도 불구하고 계속 핵개발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이희영 기자 quarrie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