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에서 발생한 올 수능 부정행위 사건 수사가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학생들의 사법 처리를 놓고 관련 수사기관이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우리나라 교육정책에서 수능이 차지하는 비중과 향후 유사사건의 재발방지를 위해서라도 엄중하게 대처해야 하지만, 대상이 장래가 창창한 학생들인데다, 큰 죄의식 없이 이같은 일을 저질렀다는 점에서 고민을 더해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광식 전남지방경찰청장이 29일 기자간담회에서 이들의 신병처리 문제와 관련,"사법적 관점을 떠나 교육적 관점에서 교육청과 협의해 결정하겠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이날 현재까지 부정행위에 가담한 학생은 모두 185명. 그중 대리시험 응시자와청탁자 2명, 대학생 9명, 재수생 1명을 제외하면 고등학생은 모두 173명이고 이중고1,2생이 46명, 고3학생이 127명이다. 이들 중 대리시험 혐의로 구속된 청탁자와 응시자 2명, 휴대전화 이용 수능부정행위로 구속된 고교생 13명과 재수생 1명 등 16명에 대해선 사법처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검찰의 기소 여부가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이들이 이번 사건의 주범급임을 감안할 때 재발 방지 차원에서라도 이들의 기소는 불가항력으로 보인다. 이들 구속학생들에게 적용된 형법상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문제는 불구속 입건된 나머지 159명이다. 이들을 전부다 검찰로 넘기는 것도 경찰은 무리라고 보고 있다. 그렇다고 범죄가담 정도가 뚜렷하지 않는 상황에서 선별적으로 송치하는 것도 어렵다. 경찰은 일단 이들을 시험장에 휴대전화를 갖고 가지 않은 학생, 시험장에 제출한 학생, 꺼버린 학생, 실제 문자메시지를 받은 학생 등 4분류로 나누고 그중 문자메시지를 받은 학생들만 부정행위를 한 것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공모를 한 학생들중 한명이라도 실행을 하면 형법상 공동정범으로 보기때문에 나머지 3부류도 법의 테두리를 벗어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입장은 검찰도 마찬가지다. 원칙적으로 기소 단계에서는 기소, 불구속기소, 기소 유예 등 다양한 방법이 있다. 20세미만의 학생인데다 강력 범죄 전력이 없기 때문에 가정법원으로 보내져 보호처분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이들 관련 학생에 대해 교육부가 이번 시험을 무효 처리하겠다는 입장을밝혔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형사 처벌은 고교생들이 감당해 내기에는 너무 가혹하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각 학교가 고교 1,2년생들에 대해 징계 또는 퇴학 조치까지 내린다면 이들 학생의 인생은 돌이킬수 없는 방향으로 가고 말 것이라는게 교육계의 염려다. 이날 전남지방경찰청을 방문한 김영식 교육부차관이 원만한 사건 해결을 바란다는 말을 전한 것도 사실상 연루 학생들에 대해 선처를 호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일파만파로 커진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광주 시민과 학부모들의 여론도 결코 무시 못할 점이다. 최근 경찰 수사 발표가 연일 계속되면서 언론사와 전남지방경찰청에는 시민들과 학부모들의 항의성 전화가 쇄도하고 있다. "정당하지 않은 행위는 했지만 학생들을 마치 큰 죄인 취급하지는 말아달라"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어째됐건 경찰 수사가 마무리될 때까지 이들 고교생들의 처리문제를 놓고 사법기관의 잠못 이루는 고민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광주=연합뉴스) 남현호 기자 hyun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