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대선 후보인 빅토르 유시첸코가 다음달 12일 재선거 실시를 주장한 가운데 우크라이나 TV 방송사들이 공정 보도를 하겠다는 결의를 밝힘에 따라 향후 정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주목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TV 채널은 지난 22일 시위 발생 이후 사흘이 지난 25일이 돼서야 유시첸코 지지자들의 시위 모습을 송출했다. 지난 25일 친정부 민간 채널인 '1+1'은 반(反) 정부 관련 보도를 내보내겠다고 밝혔으며 공영 'UT-1'과 민간 채널인 '인터(Inter)'도 이에 맞춰 야당의 시위 장면을 내보내기 시작했다. 실제 유시첸코는 오는 12일 재선거 조건중 하나로 동등한 언론 접근권을 내세울정도로 이번 대선 과정에서 우크라이나 TV들은 빅토르 야누코비치 총리에 대한 편파적인 보도를 해왔다. 선거를 앞둔 지난달 19일 키예프 고등법원은 야당 후보를 부각시킨 우크라이나 TV방송국의 송출 면허를 취소하기도 했다. 당시 이 방송국의 소유주는 유시첸코와 친구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에서는 지난 2000년 언론인 탄압 사례로 유명한 '공가제(Gongadze)사건'이 발생할 만큼 언론 자유가 낙후돼있다. 공가제 사건이란 지난 2000년 9월 인터넷 매체인 '우크라이니안 트루스(Truth)'의 기자이자 반정부 글을 써온 공가제가 실종된지 2개월만에 키예프 근교 숲속에서 목이 잘린채 발견된 것을 말한다. 당시사건 배후에 레오니드 쿠츠마 대통령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실제 쿠츠마 정권하에서 20여명의 언론인들이 살해 및 실종됐다. 최근 '국경없는기자회(RSF)'의 특별보고서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의 언론 자유도는 전세계 167개국 가운데 138위로 최하위권을 기록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언론인들의 최근 공정 보도 약속은 이번 부정 선거에 자신들의 그릇된 보도가 영향을 미쳤다는 자각에서 나온 것이다. 1+1의 한 기자는 "정부의 압력과 정치권의 요구에 따라 왜곡된 정보를 제공한데대해 책임을 느낀다"고 밝혔다. 국영 1TV의 기자도 "더이상 거짓말을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TV들이 공정한 방송을 계속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도 나온다. 우크라이나 검찰 당국은 최근 야당의 시위 장면이 방영되자 취재관련 법규 위반이라며 경고하고 나섰다. 검찰 관계자는 "시위대가 철도, 공항, 도로 점거 같은 범죄적 행동을 요구하는 내용을 방송하는 것은 관련 법규를 위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모스크바=연합뉴스) 김병호 특파원 jerom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