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적인 상장기업들이 올해 주식매입과 배당금 지급에 사용한 자금이 연간 벌어들인 순이익의 32%를 차지할 전망이다. 또 이 금액이 기업의 장래 발전을 위한 연구개발(R&D) 투자의 몇배에 달하는 곳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코스피200' 편입 기업중 비금융을 뺀 시가총액 상위 18개사가 제출한 분기보고서, 금융정보 서비스업체인 Fn가이드가 집계한 기업실적 전망치, 교보증권이내놓은 배당금 전망 보고서를 토대로 계산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두 차례에 걸쳐 주가안정을 위해 3조9천700억원어치의 자사주를 장내 매입했고 배당금이 1조4천638억원으로 예상돼 모두 5조4천338억원을 주주가치 중시를 위해 투입할 전망이다. 이는 삼성전자의 올해 예상순이익(11조2천145억원)의 48%에 해당되며 3.4분기까지 누적 연구개발 투자(3조2천918억원)의 1.65배가 된다. SK텔레콤은 1조6천211억원의 연간 순이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되는데 4천149억원을 배당금으로 지급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보유 자사주를 대상으로 한 해외교환사채(EB) 발행자금 3천800억원 전액을 '특별배당금' 형식으로 주주들에게 되돌려줄 계획이다. 따라서 올해 예상순이익의 49%인 7천949억원을 주주들에게 되돌려주는 셈이며이는 9월말 현재 SK텔레콤의 연구개발 투자(2천110억원)의 3.76배에 해당된다. POSCO는 순이익이 3조6천132억원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3천46억원어치의 자사주를 매입해 이익소각했고 여기에 6천725억원을 배당할 전망이어서 순익의 27%를 주주들에게 환원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는 POSCO가 올들어 9월까지 집행한 연구개발 투자(2천236억원)의 4.36배에 해당된다. 올해 1조1천107억원의 순이익이 예상되는 KT는 순이익의 48%, 연구개발 투자(2천221억원)의 2.39배인 5천323억원을 배당금으로 지급할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차는 자사주매입ㆍ이익소각에 650억원, 배당금으로 2천856억원을 투입할 것으로 전망돼 예상순이익(2조297억원)에 비해선 주주환원 금액이 그리 크지 않다. 그러나 현대차가 도요타 등과 경쟁에 필요한 연구개발(5천445억원) 투자의 3분의 2에 가까운 금액이다. 기아차는 배당과 자사주 매입에 예상순이익(6천905억원)의 32%인 2천714억원을투입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 또한 연구개발비(3천540억원)에 4분의 3에 이른다. 현대모비스 또한 3분기까지 연구개발비 지출은 544억원인데 비해 자사주 매입과배당전망액을 합한 금액은 1천282억원으로 훨씬 많다. 이에 비해 삼성SDILG전자는 자사주 매입과 배당에 연간 순이익의 12%에 해당하는 금액을 투입하고 이 보다 훨씬 더 많은 금액을 연구개발에 쏟고 있다. 이런 현상은 주가가 경영평가의 중요한 잣대로 부각됐고 투자자들은 기업보다는단기적인 투자수익 회수를 선호하는 데서 비롯된 것이며 단기적인 주주이익 추구가 자칫 기업의 미래에 대한 준비를 소홀하게 할 수 있다는 논란의 여지를 제공한다. (서울=연합뉴스) 황정우.김종수기자 jungw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