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가에 노동조합의 파업 바람이 불고 있다. 인천과 경기 남부를 수신권역으로 하고 있는 지상파 방송 iTV노조(위원장 이훈기)가 15일 오전 무기한 전면 파업에 돌입한 데 이어 케이블TVㆍ위성방송 경제뉴스채널 MBN노조(위원장 김기호)도 15일 밤 무기한 전면 파업을 시작했고 드라마ㆍ스포츠 위성채널 KBS SKY노조(위원장 안정권)도 16일 이틀 예정으로 시한부 파업에 들어갔다. iTV는 9일 전면 파업과 10∼13일 실국별 부분 파업을 거쳐 15일 무기한 전면 파업을 단행했다. 파업 첫날 지배주주인 동양제철화학 공장 앞까지 행진한 데 이어 16일 오후에도동양제철화학 앞에서 집회를 펼칠 예정이다. 18일 오전 11시에는 서울 프레스센터전국언론노동조합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한다는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iTV는 전 직원의 90% 가량이 조합원인데다 대체 프로그램이 동이 나 프로그램결방이 속출하고 있다. 더욱이 지배주주와 노조 사이에서 대화 창구 역할을 해온 이문양 사장마저 9일 사의를 표명한 뒤 출근하지 않고 있어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고있다. 노조의 요구조건은 방송법상 한도(30%)를 넘게 된 최대주주 보유 우선주로 비영리 공익법인을 만들고 사장공모추천제와 본부장 중간평가제 등을 도입해 이른바 `공익적 민영방송'을 만들자는 것. 이와 함께 노사협상 과정에서 회사측이 실질임금 50% 삭감안을 제시하자 iTV노조는 지난달 16일 81.3%의 찬성률로 파업을 결의했다. 이에 대해 동양제철화학은 지난 5일 노조에 의견서를 전달해 임금삭감안은 철회하고 나머지 요구조건에 대해서는 법률적으로 문제가 있거나 노사 협상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사실상 거부했다. 방송위원회는 지난달 26일 재허가 추천 심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iTV에 대해 △재무구조 개선 계획 △방송발전기금 납부계획 △최다주주 보유 우선주의 구체적 처분 계획 등을 확인한 뒤 재허가 추천하겠다고 밝혔으며, 오는 23일 회사 관계자를출석시켜 의견진술을 청취할 예정이다. 방송가에서는 iTV노조가 재허가 추천 심사를 지렛대로 삼아 지배주주를 최대한압박하겠다는 의도를 갖고 있으며, 지배주주는 이대로 밀리면 계속 노조에 끌려다닐수밖에 없다는 생각으로 버티기에 나서고 있다고 풀이하고 있다. 방송계 일각에서는 3년 전 CBS 파업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방송위가 중재 노력을 보인 사례를 들어 방송의 감독기관인 방송위가 적극적인 중재에 나서야 한다고주문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방송위의 양한열 지상파방송부장은 "중재를 모색하기 위해 지배주주와 노조 양측 관계자를 불렀으나 응하지 않고 있다"면서 "양측이 각각 재허가 심사를 유리한 국면으로 활용하려고 하고 있기 때문에 중재안을 내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MBN노조는 15일 오전 5시부터 정오까지 7시간 동안 시한부 파업을 벌인 데 이어이날 밤 11시 무기한 전면 파업을 시작했다. MBN노조는 기본급 3.2% 인상과 각종 수당 현실화를 골자로 하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조정안을 8일 회사측이 거부하자 9∼10일 파업 찬반투표를 벌여 83.6%의찬성률로 파업을 결의했다. MBN노조는 "15일 시한부 파업을 벌이는 과정에서 사측이 방송시설 출입을 금지하고 출근기록부를 작성하는 등 노조의 단결을 방해해 하루 만에 전격적으로 전면파업을 선언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MBN노조는 임금인상과 함께 모회사인 매일경제신문사에 콘텐츠 보증금이란 명목으로 지급된 75억원을 환수할 것도 요구하고 있다. 회사측은 15일 비조합원과 비정규직 사원을 투입해 정규 방송에 별다른 차질을빚지는 않았으나 파업이 장기화되면 파행 방송이 불가피하다. KBS SKY노조는 지난 14일 출근을 거부하는 `재택 파업'을 마친 뒤 16ㆍ17일 시한부 파업을 벌이고 있다. KBS SKY노조는 8∼9일 파업 찬반투표에서 92.1%의 찬성률로 파업을 결의했으며11일 서울지노위의 중재도 결렬됐다. KBS SKY노조는 "2002년 5월 노조가 출범한 이래 아직도 단체협약을 맺지 못했다. 동종업계에 비해 현저히 낮은 급여를 인상하고 고용을 보장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KBS SKY노조는 16일 오후 모회사인 KBS의 정연주 사장이 회사를 방문할 예정이어서 면담이 성사되면 협상의 실마리가 풀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KBS SKY는 노조의 파업에 따라 비조합원과 파견 근로자 등으로 정규 방송을 실시하고 있으며 일부는 재방송으로 대체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희용 기자 heey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