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자식을 둔 어엿한 가장으로서 혼외 동성애 관계를 가져왔다고 고백한 후 퇴임의사를 밝혔던 제임스 맥그리비 미국 뉴저지 주지사가 15일 퇴임한다. 맥그리비 주지사는 지난 8월 기자회견을 갖고 "사실 나는 게이"라면서 "부끄럽게도 나는 다른 남자와 관계를 맺어왔고 결혼생활의 의무를 위배했다"고 토로한 뒤 `어리석고도 용서할 수 없는' 자신의 잘못을 들어 사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맥그리비 주지사는 그러나 고백 즉시 사임한 것이 아니라 3개월여 뒤인 11월15일 물러나겠다고 밝혔고 이는 같은 민주당 출신으로 주지사를 대행하게 될 리처드코디 주 상원의장이 보궐선거를 치르지 않고 자신의 잔여임기를 채우도록 하기 위한당파적인 고려 때문이라는 비난을 야기했다. 맥그리비 주지사는 이 때문에 공화당은 물론 자신이 소속된 민주당 일각에서조차 조기 퇴임 압박을 받아왔으나 꿋꿋이 버틴 끝에 11월 퇴임이라는 자신의 `공약'을 지킬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퇴임 발표 직후 동성애 상대였던 전직 주지사 보좌관으로부터 폭로협박에 시달려 왔던 것으로 드러나 동성애 고백이 순전히 도덕적인 죄책감 때문이아니었다는 구설수에 올랐고 퇴임후 줄기세포연구소 책임자 자리를 보장받기로 후임주지사인 코디 의장과 밀약했다는 보도가 나와 물의를 빚었다. 한때 민주당의 가장 촉망받는 정치인이었던 맥그리비 지사는 이중, 삼중의 추문으로 인해 민주당의 전통적 아성인 이 지역에서 당의 지지율을 떨어뜨리는 주범으로지목되기도 했다. 지난 대선을 앞두고 뉴저지주 유권자들을 상대로 실시된 일부 여론 조사에서는공화당 후보인 조지 부시 대통령과 민주당 존 케리 후보의 지지율이 동률로 나타나`민주당의 아성'이라는 전통적 인식이 무색해졌고 실제 선거결과에서도 부시 대통령이 뉴저지에서 패배하기는 했지만 득표율은 전국에서 가장 큰 폭으로 뛰어올랐다. 맥그리비 지사는 이미 지난 8일 퇴임행사를 갖고 "나에게 큰 신뢰를 주었던 뉴저지 주민들을 실망시켜 죄송스럽다"는 말로 마지막 고별 인사를 했다. 한편 맥그리비 지사의 `커밍 아웃'에 누구보다도 충격을 받았을 부인 디나 마토스 맥그리비 여사는 그의 퇴임후 별거에 들어갈 예정이지만 이혼할 지 여부는 확실하지 않다고 뉴욕지역 언론이 전했다. 뉴욕 타임스는 측근들의 말을 인용해 "디나 마토스 여사가 맥그리비 지사의 퇴임 발표 하루전에야 그가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알게 됐으며 그 이전에는 전혀 눈치조차 채지 못했다"고 전했다. (뉴욕=연합뉴스) 추왕훈 특파원 cwhy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