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어려운 경제형편으로 학비를 내지 못하는 해외 한국학교 학생이 크게 늘고 있어 정부지원 등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는 한국내 경기상황이 장기 침체를 겪으면서 한국과 연결된 사업을 하는 상당수 해외교민 역시 사업 등이 잘 풀리지 않고 있기 때문. 14일 베트남 호치민시 한국학교에 따르면 이 학교에 재학중인 560명의 교민 학생가운데 6개월 이상 학비 체납자는 50여명으로, 최근 몇년간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 학교 월 수업료는 초등생 180달러, 중학생 250달러, 고교생 300달러. 김경희 초등 교무부장은 "외교관과 대기업 파견직원 등은 대부분 한국학교가 아닌 국제학교에 자녀를 보내는 반면 한국학교에 다니는 학생의 부모는 자영업자 등이많다"며 "이들 상당수가 식당, 여행사 등을 경영하거나 한국과 관련된 사업을 하고 있는데 한국의 경기가 좋지 않아 이들도 덩달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녀를 국제학교에 보내면서 과목당 월 160~180달러를 주고 과외를 시키는 학부모도 많지만 자녀 교육을 포기해야 할 형편인 교민도 점차 증가, 교민사회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도 심해지고 있다는 느낌"이라고 강조했다. 이견호 이 학교 교장은 "학비를 못내면 기업체 기부금 등을 장학금으로 주고 있으나 한계가 있어 절반 밖에 지원하지 못했다"며 "특히 학교 운영의 70%를 수업료에 의존하고 있어 경영난도 가중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또 교민들의 경제사정이 대체로 조금 나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한국국제학교도 지난 1학기 50여명이 학비를 내지 못해 기업 기부금 등을 장학금으로 지원했다는 것이 현지 학교 관계자 등의 말이다. 김정일 자카르타 한국학교 교장은 "해외 한국학교가 남미, 중동 등 낙후된 지역에 집중돼 있는 점을 감안하면 다른 곳의 사정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해외학교 교육 실태 등을 파악하기 위해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현지를 방문한 국회 교육위 황우여 위원장은 "국내와 마찬가지로 초.중학교 과정에 대해 의무교육을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황 위원장은 "해외교민이 국민의 10%인 600만명에 달하지만 해외교육 예산은 전체 교육예산의 0.1%도 안되는 것이 현실"이라며 "17대 국회에서 이를 1%로 끌어올리고 해외학교간 네트워크를 구성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유기홍.정봉주.복기왕(열린우리당) 의원과 박창달(한나라당) 의원도 학부모와의 간담회 등을 통해 "가산점 제도 등을 도입, 국.영.수 등의 과목을 맡을 유능한 교사를 파견하고 현지 진출 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 등을 통해 현지 학교에 대한 기부.지원이 정착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안 등을 강구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들 여야의원은 또 "예전엔 교육인적자원부에 해외교육을 맡는 별도 부서가 있었는데 지금은 직원 2명이 전담하고 있다고 한다"며 "해외동포 교육이 한국과 현지국가의 가교 역할을 할 유능한 인재를 기르는 중요한 일인 만큼 정책에 적극 반영할것"이라고 강조했다. (호치민=연합뉴스) 강의영 기자 keyke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