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10개월 여 동안 미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아내 살해범 스콧 피터슨(32)이 12일 배심으로 부터 1급 살인 혐의 등에 대해유죄 평결을 받아 최고 사형 선고까지 받게 될 운명에 처했다. CNN은 재료상인 피터슨에 대한 배심 대표가 유죄 평결을 읽는 목소리를 생중계했으며, 재판이 열린 캘리포니아 레드우드 시티의 지역 신문들은 평결직후 호외까지 내는 등 호들갑을 떨었다. 피터슨은 지난 2002년 크리스마스 이브에 아내 레이시(당시 27)와 임신 8개월된 뱃속의 아기를 살해, 배에 태운 뒤 몸에 시멘트 덩어리를 달아 샌프란시스코만에 유기한 혐의를 받아왔으나 강력하게 무죄를 주장해왔다. 피터슨은 아내의 시체가 바닷가에서 발견된 지 4개월만인 2003년 4월 체포됐다. 그러나 아내가 시신이 발견되기전 실종 상태에서 그의 정부이자 마사지걸인 프레이가 피터슨이 결혼한 사실을 속였으며 아내의 실종을 전후로 정사를 벌여왔다고 언론에 폭로하면서 미국의 안방 TV에 파고 들게 됐다. 23주간에 걸쳐 184명의 증인이 동원됐던 피터슨 재판은 살해 동기, 증거 등을놓고 검찰과 변호인간에 뜨거운 공방이 이어지고 남녀 각각 6명씩인 12명의 배심원중 3명이 실격으로 교체되는 등 파란이 일었다. 검찰측은 피터슨과 정부 프레이와의 관계를 지적하면서 범행후 머리를 금발로 물들이고 1만5천 달러의 현금을 확보, 멕시코로 도주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며 살해 동기가 충분하고 도피 계획까지 세운 점을 주장한 반면 변호인은 배심원들에 대해 직접적인 살해 증거가 없으니 만큼 감정에 휩쓸리지 말 것을 호소했다. 변호인은 특히 재판 막바지에 이르러 조그만 보트에서 시신을 바다로 버리려면 배가 기울어 뒤집힐 수 밖에 없으며, 시멘트 닻은 발견되지도 않았다며 반론을 제기했다. 이에 일부 배심원이 배를 검사하는 등 자격 시비끝에 교체되는 등 평결에 이르기까지 수일간 진통이 계속됐다. TV 매체들도 조그만 배안에서 배가 뒤집히지 않은 채 시신을 버리는 것이 가능한 지 여부를 실험하는 장면까지 방영하는 등 부산을 떨었다. 결국 배심원은 아내 살해에 대해 살인 음모 혐의를 받아들여 1급 살인죄를, 뱃속의 아들에 대해 2급 살인죄를 각각 인정했다. CNN은 평결전 미소까지 띤채 자신감을 보이던 피터슨은 평결이 내려지는 동안똑바로 앞을 응시하고 있었으며, 피터슨과 아내 레이시의 가족들은 한숨과 안도의 울음이 교차했다고 전했다. 피터슨 사건의 재판부인 산 마테오 고등법원은 오는 22일 부터 선고 공판을 열어 30일 이전 마무리될 예정이다. 한편 피터슨 사건을 놓고 일부 이라크전 희생 미군가족들은 언론이 전쟁의 실상은 제대로 알리지 않은 채 선정 보도만 일삼는다고 비난했으며, 뉴욕 타임스는 선거기간중 조지 부시 대통령을 일방적으로 편드는 폭스 뉴스가 못마땅한 나머지 칼럼을 통해 "폭스 뉴스의 여성 진행자들이 모두 다 금발이어서 피터슨의 정부 프레이와 헷갈릴 정도"라며 비꼬기도 했다. (워싱턴=연합뉴스) 박노황 특파원 nh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