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의 독립 투쟁을 40년 이상 이끌어온 야세르 아라파트(75)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11일 신병 치료차 머물던 프랑스 페르시 군 병원에서 타계했다. 아라파트 수반 사망이 발표되자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길거리로 몰려 나와 울음을 터뜨리며 애도했으며, 전세계 지도자들도 `중동의 풍운아'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것에 슬픔과 아쉬움을 표시했다. 이스라엘은 그러나 그가 생전에 테러에 의존했다고 비난하는 등 깎아내리기에나서 앞으로 중동 평화 협상도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팔레스타인 당국은 12일 이집트 수도 카이로에서 장례식을 치른 뒤 13일 아라파트 수반 시신을 요르단강 서안지구 라말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청사(무카타)로 옮겨 매장할 계획이다. ◇ 사망 발표 = 크리스티앙 에스트리포 페르시 군 병원 대변인은 기자회견에서"아라파트 수반이 이날 오전 3시 30분(한국 시각 오전 11시 30분) 끝내 숨을 거뒀다"면서 "아라파트 수반 시신은 곧 병원 밖으로 운구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에스트리포 대변인은 그러나 "프랑스 개인정보 보호법에 따라 아라파트 수반의구체적 사망 원인은 밝힐 수 없다"고 더 이상의 자세한 언급을 회피했다.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성명에서 "아라파트 수반의 죽음을 접하게 돼 슬프다"면서 "팔레스타인 국민과 아라파트 수반 유족에 심심한 위로를 표시한다"고 애도를 표시했다. 시라크 대통령은 또 "세계는 앞으로도 중동 평화 로드맵 실행을 위한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고 국제 사회의 지속적 중동 평화 중재 노력을 촉구했다. 팔레스타인 협상 대표인 사이브 아라카트 내각장관도 아라파트가 이날 파리 외곽 페르시 군 병원에서 타계했다고 확인하며 "라우히 파투 팔레스타인 자치의회 의장이 차기 수반이 선출되기까지 향후 60일 동안 자치정부 수반직을 대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 슬픔에 젖은 팔레스타인 = 야세르 아베드 랍보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집행위원은 아라파트 사망 직후 "향후 40일 동안을 아라파트 수반 애도 기간으로 선포한다"고 발표했다. 아라파트 수반 사망이 공식화 되자 수많은 팔레스타인인들은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지구로 몰려나와 울음을 터뜨리는 등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주민들은 팔레스타인 국기와 아라파트 수반 사진을 들고 나와 허공에 공포를 쏘아대며 그의 타계를 안타까워 했다. 대형 스피커에서는 아라파트 생전의 육성이 울려 퍼졌다. 라말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청사에는 조기가 내걸렸으며, 가자지구 내 이슬람사원들은 아라파트 수반을 애도하기 위한 쿠란(코란)을 낭송했다. 아라파트의 고위 보좌관인 타이브 압델 라힘은 "그는 눈을 감았으며 큰 가슴도 함께 멈췄다"면서 "그는 신의 곁으로 떠났지만 정신은 위대한 팔레스타인 국민과 함께 하고 있다"면서 울음을 터뜨렸다.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인 하마스와 이슬람 지하드 등 아라파트의 정치적 경쟁 조직 지도자들도 그의 죽음에 슬픔을 표시했다. ◇ 장례 절차 = 아라파트 수반 시신은 13일 요르단강 서안 라말라 소재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청사(무카타)에 매장될 예정이다. 그의 시신은 나중에 예루살렘으로이장될 것에 대비해 목관이 아닌 석관에 입관될 것이라고 관계자들이 전했다. 이스라엘은 그러나 예루살렘에 대한 주권 훼손을 우려, 향후 아라파트 수반 시신의 이장을 허용하지 않을 방침으로 알려져 양측의 충돌 재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랍보 PLO 집행위원은 "아라파트 수반 장례식은 12일 이집트 수도 카이로에서 국장으로 엄수된다"면서 "그의 시신은 이어 13일 라말라 자치정부 청사에 묻힐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라파트의 최측근인 나빌 아부 루데이나는 앞서 10일 오후 장례식 준비차 이집트 카이로로 떠나며 아라파트 수반이 12일 이전에 숨지면 외국 조문객들의 편의를위해 카이로에서 12일 장례식을 거행할 방침이라고 밝혔었다. ◇ 이스라엘 반응 = 이스라엘은 아라파트 수반 서거에 맞춰 그가 중동 평화를붕괴시켰다고 비난하는 등 깎아내리기에 열중했다. 요세프 라피드 법무장관은 "나는 아라파트 수반이 이스라엘인들을 희생시키고중동 평화 과정을 저해했기 때문에 증오한다"면서 "아라파트가 중동에서 시작된 테러가 전세계로 확산될 것이라는 점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 국제 사회의 비극 가운데하나"라고 주장했다. 이스라엘 야당 지도자인 시몬 페레스는 "좋든 싫든 아라파트의 시대가 이제 끝난 것은 명확하다"면서 "그가 테러에 의존한 것은 가장 큰 실책이며, 평화 협상을시작한 것은 커다란 업적"이라고 평가했다. ◇ 아라파트 입원에서 사망까지 = 지난달 29일 페르시 군 병원으로 긴급 후송된아라파트 수반은 1주일 뒤부터 혼수상태에 빠져 연명 장치에 의존해 목숨을 유지해왔다. 아라파트의 병세는 그 동안 출혈로 인한 뇌손상으로 계속 악화돼왔으며, 심장과폐기능만 간신히 유지돼왔다고 팔레스타인 관리들이 전했다. 그의 임종 순간은 타이시르 엘 타이미 팔레스타인 종교법원장이 쿠란(코란)을외며 지켜본 것으로 알려졌다. 아라파트 수반이 지난 2주 동안 페르시 군 병원에서 치료받는 동안 팔레스타인지지자들은 병원 밖에서 촛불과 팔레스타인 국기, 아라파트 사진 등을 들고 기도하며 그의 회복을 기원했다. (라말라ㆍ파리 APㆍ로이터=연합뉴스) j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