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모델링 증축 규제 강도가 입법예고안보다 약해짐에 따라 아파트 리모델링 사업이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리모델링을 통해 늘릴 수 있는 면적(증축범위)이 20%에서 30%로 늘어난 데다 안전진단을 통과한 재건축 추진단지나 국공유지 매입 등으로 재건축이 어려웠던 단지들도 리모델링 전환을 허용했기 때문이다. ◆전용 30평 이상 9평 늘릴 수 있어 이번에 증축범위를 확대함에 따라 전용면적기준으로 30평 이하 아파트는 이전(증축범위 20%)보다 추가로 2∼3평 정도 더 늘릴 수 있게 됐다. 또 전용 40,50평 이상 대형아파트라야 가능했던 9평 늘리기가 이번 조치로 전용 30평 이상 아파트까지로 확대됐다. 하지만 광진구 광장동 워커힐 아파트처럼 기존 아파트 전평형이 전용면적 40.5평을 초과하는 아파트는 이번 조치에도 불구,별다른 수혜를 보지 못한다. 증축범위가 20%이거나 30%에 관계없이 9평으로 상한선이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이 단지는 기존 56∼77평형으로 구성돼 있고 전용면적도 56평형이 50평 정도다. ◆강남 등 재건축 리모델링 전환 늘듯 증축범위 확대와 함께 이번 완화안의 핵심은 재건축추진단지들의 리모델링 전환을 대폭 완화했다는 점이다. 지난 9월 입법예고당시 D,E급 안전진단을 통과한 단지들은 건축물의 구조안전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고 리모델링 전환을 불허한다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건설교통부는 '형식적'인 안전진단을 받은 재건축추진단지도 리모델링 전환이 가능하다고 명시했다. 이와 관련,김용환 건설교통부 주거환경과 사무관은 "이전 주택촉진법상 재건축을 위해 받은 안전진단 중에는 구조적인 위험과는 무관하게 설비나 주변 여건 등이 감안돼 D,E급 판정을 받은 단지가 상당수"라며 "리모델링을 위해 다시 안전진단을 받아 구조안전에 문제가 없으면 리모델링 추진이 가능토록 관련 규정을 대폭 완화했다"고 설명했다. 또 단지 내 도시계획도로 등 국공유지가 있어 재건축 사업추진이 어려웠던 단지들도 리모델링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놨다. 이에 따라 은마아파트,반포고밀도지구 내 단지 등 기존 용적률이 2백% 안팎으로 10층 이상 중·고층단지들의 리모델링 전환이 봇물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이들 중·고층단지들의 경우 소형평형 의무비율,용적률 강화,개발이익환수제 등 이중 삼중의 규제에 묶여 사실상 재건축추진이 불가능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재건축을 추진하다 리모델링으로 처음 전환한 강남구 도곡동 동신아파트 정용기 조합장은 "D급 안전진단을 받아놓은 상태여서 지난 9월 입법예고당시만 해도 리모델링을 접는 분위기 였다"며 "다시 안전진단을 받아 리모델링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환영했다. 재건축사업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대치동 은마아파트(4천4백24가구)도 리모델링 추진에 힘이 실리고 있다. 기존 단지가 31,34평형 두가지 평형으로 전용면적은 각각 23.23평과 25.54평이다. 30% 증축범위를 적용하면 7평과 7.6평이 늘어나 40평형대 아파트 건립이 가능해진다. 이전의 20%만 증가할 경우 40평형대 아파트로 평수를 늘리기가 어려웠다. 이 밖에 서울시가 허용 용적률을 2백20%로 제한해 재건축 추진이 어려워진 반포고밀도지구 등도 리모델링으로 사업전환이 유력해지고 있다. ◆고밀도 단지 '수혜' 예상 평형별로는 30평형대에 리모델링 프리미엄이 가장 많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평당 공사비는 같은데 늘어나는 면적 크기와 비율에서 증축 효과가 가장 크기 때문이다. 단지별로는 종전에 리모델링이 어려울 것으로 보였던 낡은 고밀도 단지들이 최대 수혜를 보게 됐다. 용적률과 재건축 연한 규제에다 개발이익환수,일반분양 후분양 등 잇단 규제로 사실상 전면 중단상태에 들어간 재건축 사업과 달리 리모델링은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구현대5차와 한양1차,서초구 방배동 신동아아파트 등과 같이 리모델링을 추진하다 정부 규제로 주춤하던 리모델링 단지들은 이번 조치로 재시동에 나설 전망이다. 강남구 일원동 개포 한신,서초구 방배동 궁전,강남구 압구정동 한양·도곡동 동신아파트 등과 같이 리모델링 규제발표 이후 일부 가격이 떨어졌던 리모델링 추진단지들은 가격변화도 엿보인다. 강남구 논현동 경복과 역삼동 성보맨션과 같이 용적률이 2백%를 넘어 사실상 재건축이 어려운 단지들은 이번 증축범위 완화로 리모델링이 급속히 추진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쌍용건설 리모델링팀 박윤섭 부장은 "대치동 은마아파트와 같이 용적률과 재건축 허용연한에 걸린 단지들은 리모델링으로 수혜가 가능해 재건축과 리모델링 사이에서 저울질에 들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리모델링 업계도 이번 증축범위 완화로 리모델링으로 전환하는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국리모델링협회 차정윤 국장은 "평수 제한이 따르는 대형 평형에서 형평성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이 정도 수준이면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데 부담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 동신아파트 리모델링 추진위원회 정용기 위원장은 "이미 안전진단을 통과한 상태라 당초 입법예고안대로라면 리모델링이 사실상 힘들었으나 정부의 이번 조치로 리모델링이 가능하게 됐다"며 "안전진단을 다시 받아 리모델링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