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과도정부가 전국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미군이 팔루자 총공격에 나서자 자위대 파견기간 연장문제를 놓고 일본 정부가다시 고민에 빠졌다. 일본 정부는 일찍부터 파견기간 연장방침을 흘려왔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가 기회있을 때 마다 자위대 활동이 국제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주장한 것은 일본 정부의 그런 속내를 반영한 것이다. 고이즈미 총리는 일본인 인질참수 사건 후 "기한만료가 임박한 시점에서 이라크정세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하겠다"고 다소 물러났다. 가메이 시즈카(龜井靜香)자민당 전 정조회장 등 당내 일부 중진들이 연장을 반대하기로 뜻을 모은 것도 일부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그가 자위대 철수를 결정할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는이라크 전국에 비상사태가 선포된 후인 8일에도 자위대 주둔지인 사마와가 비전투지역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이라크 치안정세에 대한 총리의 인식에 정부와 자민당의 의견이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본 정부는 지금까지 사마와는 치안상태가 극히 불안한 "북ㆍ중부와는 다르다"고 설명해왔다. 남부 사마와는 치안이 양호하다는 입장이지만 이라크 과도정부는 북부 쿠르드족자치구를 제외한 전국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사마와도 포함되는 것은물론이다. 호소다 히로유키(細田博之) 관방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앞으로 추이를 잘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케우치 유키오(竹內行夫) 외무차관도 "지역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이라크 치안상황은 전반적으로 안심할 수 없으며 매일 이런저런 사건이 일어난다"고 말했다. 고이즈미 총리의 발언과는 온도차가 나는 발언이다. 국민 여론도 연장반대론이 압도적이다. 마이니치(每日)신문 조사에서는 반대의견이 51%로 찬성 27%를 크게 앞섰다. 교도(共同)통신 조사에서도 반대(63.3%)가 찬성(30.6%)의 배가 넘었다. 야당인 민주당은 파병근거법인 이라크특별조치법 폐지안을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고이즈미 정부의 선택은 이미 정해져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하워드 베이커 주일 미국대사는 8일 기자회견에서 자위대 활동을 칭찬하면서 "일본 정부가결정할 일이지만"이라는 단서를 붙여 자위대가 활동을 계속하지 않는다면 매우 유감스런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사히(朝日)신문은 정부가 자위대 파견 연장여부를 판단하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는 대미(對美)관계라고 지적했다. 연장기간을 얼마로 할 것인지와 철수시기 등도 결국 조지 부시 미국 정부의 의중을 살펴가면서 결정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도쿄=연합뉴스) 이해영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