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의 34살 연하 부인 수하 알타위(41) 여사가 결혼 생활 14년만에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수하는 아라파트가 프랑스 군병원에 입원한뒤로 전세계 언론으로부터 가장 주목받는 인사로 떠올랐다. 아라파트의 인공호흡기를 뗄 결정권을 가진 유일한 사람이자막대한 유산의 상속권자이기도 하다. 남편의 병세에 관한 언론 브리핑이 일일이 그의 간섭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경을 헤매는 아라파트와 작별을 고하기 위해 수많은 인사들이 병원을 기웃거렸지만 대면을 거절당했다. 포스트 아라파트의 쌍두마차로 거론되는 마흐무드 압바스 전 총리와 아흐마드쿠라이 총리 등 자치정부 지도부가 아라파트를 병문안하려다 수하의 원색적인 비난공세에 잠시 주춤해야 했다. 수하는 알-자지라 방송국에 직접 전화를 걸어 그들이 남편의 권력을 찬탈하고생매장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1분간의 전화 통화에서 남편이 지난달 말 병상에누운뒤 막후에서 벌어지는 권력투쟁 실상을 폭로했다. 아라파트의 고위 보좌관인 타이브 압델 라힘이 서둘러 기자회견을 열고 수하의발언을 반박했다. 쿠라이 총리는 깊은 유감을 표시했다. 아라파트가 병상에 눕기 전까지 전혀 얼굴을 보이지 않았던 그가 갑자기 권력승계 투쟁에서 핵심 변수로 떠오른데 의아스러워 하는 사람들이 많다. 실제로 수하는팔레스타인 2차 인티파다가 시작된뒤 2001년 초 팔레스타인 땅을 떠나 프랑스와 튀니지를 오가며 지냈다. 그래서 수하는 팔레스타인 민중과 유리된 퍼스트 레이디였으며 팔레스타인 정치판에 독자적인 입지를 구축할 틈도 없었다. 수하가 남편의 병상을 지키고 있는 이유가 막대한 유산에 대한 욕심 때문이라고해석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에관한 미확인 보도들이 난무하는 가운데 이스라엘 신문들은 수하가 수백만달러의 유산 상속권과 연금 지급 보장을 자치정부측에 요구하고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수하가 자치정부 현 실세에 반대하는 수구세력과 정치적 연대를 도모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1993년 오슬로평화협정에 반대했던 파루크 카두미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정치국장과 제휴를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수하 여사가 팔레스타인 정치판에 눈독을 들이기 시작한 이유는 남편이 남긴 막대한 돈과 자산 때문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아라파트는 팔레스타인과 결혼했다며 반백년을 독신으로 지내다 1990년 경제보좌관이자 비서였던 수하와 비밀리에 결혼식을 올렸다. 부유한 가톨릭 집안의 딸인 수하는 요르단강 서안에서 태어나 라말라와 나블루스에서 성장했다. 부친은 은행가였고 모친은 유명한 팔레스타인 언론인이었다. 수하는 소르본 유학시절 모친의 소개로 아라파트를 처음 만났다. 이를 인연으로아라파트는 튀니지 망명시절 수하를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공보비서로 채용했다. 두 사람의 결혼은 극비리에 치러져 2년이 지난뒤에야 세상에 알려졌다. 이슬람으로 개종한 수하는 1995년 외동딸 자흐와를 낳았다. 수하는 화려한 취향과 염색한 금발에 수시로 튀는 발언으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에 항상 골칫거리였다. 수하는 힐러리 클린턴 여사를 가장 존경한다고 말하곤 했다. 그러나 그녀는 1999년 요르단강 서안에 열린 행사에서 힐러리 여사를 만나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땅의공기와 물을 오염시켜 암을 유발한다고 비난해 힐러리를 당황하게 했다. 한번은 범아랍 신문과 회견에서 "나는 이스라엘을 증오한다"며 "이스라엘과 관계정상화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수하는 또 "아들을 낳으면 팔레스타인 투쟁을 위해희생시키는 것보다 더 큰 영광은 없을 것"이라며 자살폭탄 공격을 지지한다고 말해물의를 빚었다. 이집트 신문과의 회견에서는 남편이 보석을 사주지 않고 독신처럼생활한다고 불평하기도 했다. 두 사람은 오랜 기간 별거해왔지만 수하는 팔레스타인 독립을 추구하는 남편의대의명분을 충성스럽게 지지했다. 최근 아라파트 부부는 금융 스캔들로 곤욕을 치렀다. 아라파트는 지난해 이스라엘 벤처펀드에 거액을 투자했다는 이스라엘 신문 보도로 소문으로만 나돌던 축재혐의가 드러났다. 미국 CBS 방송은 당시 아라파트가 부인에게 매달 10만달러를 송금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수하는 지난 2월 거액의 돈세탁 혐의로 프랑스 검찰의 조사를 받았다. 그는 자신의 돈세탁 혐의 보도와 관련,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가 악의적인 허위사실을유포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카이로=연합뉴스) 정광훈 특파원 barak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