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한국판 뉴딜'이라는 이름으로 경기부양에 '연기금을 총동원 하겠다'는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실효성' 논란은 차치하고 '국민의 노후'를 담보하는 국민연금을 정부 예산처럼 투입하겠다는 발상 자체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연기금 투자계획 실효성 논란=정부는 1백22조4천9백억원의 일부를 '뉴딜용'으로 돌려 노인센터 보육시설 공공보건의료시설 등 복지투자에 쓰겠다는 복안이다. 정부의 이 계획에 대한 현실적인 우려는 그동안 연기금의 운용실적을 보면 여실히 드러난다. 연기금은 그동안 주로 채권 등 금융부문 투자에 주력해 왔다. 지난 6월 말 현재 이 부문의 투자수익률은 5.7%.정부의 공자금 등으로 빌려준 공공부문 투자의 경우 수익률이 2002년 6.47%,2003년 4.9%,2004년 상반기 5.03%(연율기준)를 기록했다. 규모는 미미하지만 복지부문(노인복지시설 등) 투자의 수익률은 2002년 4.53%,2003년 4.53%,올 상반기에는 3.26%로 금융부문은 물론 기금전체 수익률(5.05%)에도 못 미친다. 이에 따라 현재 복지분야 신규 투자는 중단된 상태인데,이번에 재경부 주도로 '연기금 뉴딜 동원령'이 내려지자 국민연금 관계자들이 우려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재경부가 사업을 지정해 오더라도 타당성과 수익성이라는 대원칙 위에서 면밀히 검토할 것"이라고 말해 반대 분위기를 간접적으로 전했다. 이은우 울산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민 노후자금인 연기금을 경기부양 재원으로 활용하는 것은 실효성이 미지수일 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기금 건전성을 훼손시키고 정부의 재정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민연금이 해결사?=정부는 증시부양,경기활성화,사회복지시설 확충에 국민연금기금을 단골로 거론하고 있다. 복지부 고위 관계자는 "온갖 곳에서 국민연금이 해결사처럼 여겨지고 있다"고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국민연금연구센터 관계자는 "복지사업은 정부가 직접예산으로 해야 할 사업"이라고 꼬집었다. 순천향대 김용하 교수도 도로 항만 등 민자SOC(사회간접자본) 개발에 연기금을 동원하려는 데 대해 "SOC 투자가 꼭 필요하다면 정부가 국채를 발행해서 자금조달하면 될 일"이라며 "민자 SOC 사업이라는 형태를 빌려 재정적자를 면해보려는 속내"라고 비판했다. ◆국민연금 불신증폭 우려=서울대 김상균 교수는 "이미 국민연금과 관련해서는 정부가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안 믿을 정도로 국민불신이 크다는 사실을 재경부 당국자들이 모르는 것 같다"면서 "'정책 타이밍'부터 실패작"이라고 지적했다. 재경부는 과거에도 국민연금을 임시변통으로 쓴 '전과'를 갖고있다. 국민연금 도입 초기인 1994년부터 2000년까지 39조원을 '공자금'으로 가져다 썼다. 당시 이 자금을 채권시장 등 민간부문에 투자했더라면 약 2조원의 수익을 더 올릴 수 있었는데 공자금으로 쓰이는 바람에 손실을 입은 것이나 다름없다. 법으로는 정부가 이 손실만큼을 국민연금에 보전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실제 보전한 적은 없다.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