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미국 대선을 하루 앞둔 1일 조지부시 행정부의 대외 정책을 신랄하게 비난, 그 의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비난의 장본인은 외교담당 부총리와 외교부장을 역임한 첸치천(錢其琛). 80년대말~ 90년대초 10년간 외교부장을 맡아 톈안먼(天安門) 유혈사태로 인해 고립과 곤경에 처한 중국 외교를 국제무대에 복귀시킨 베테랑 외교관인 바로 그다. 첸치천은 이미 은퇴한 상태여서 그의 발언이 중-미간 외교 분쟁으로 번질 소지가 생기다면 중국 당국은 정부의 공식 입장이 아닌 첸치천 개인의 생각으로 치부해버릴 수도 있다. 그러나 첸치천이 공직에서 떠난지 상당 기간 지났다고 하지만 `중국 외교의 대부'라는 그의 비중과 그의 `부시 독트린' 비난이 외국인이 많이 보는 관영 영자지차이나 데일리에 실린 점을 감안하면 중국이 미국에 어떤 메시지를 보내려는 의도가아닌가 하는 것이 베이징(北京) 외교가의 관측이다. 첸치천 논평이 미 대선을 하루 앞두고 나왔다는 사실이 이런 관측을 강하게 뒷받침해주고 있다. 중국은 전통적으로 미 대선 전망에 침묵으로 일관, 첸치천의 발언은 이례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논평의 요지는 `부시 독트린'은 압도적인 군사력을 앞세워 세계를 지배하겠다는강자의 논리라는 지적이다. 미국은 선제공격을 의미하는 이 독트린을 밀고 나간 결과 이라크전을 일으켰고이는 전세계에 걸친 반(反)테러 연합전선을 파괴했다는 주장이다. 또 미국은 이라크전 탓에 베트남전때보다 더 인기가 없어 졌으며, 미 제국의 신화는 확장일로를 거듭하면 결국 이를 감당하지 못하고 멸망의 길로 접어든다는 경고이다. 첸치천이 `감히' 이런 내용을 담아 미국 행정부 대외 정책을 비난한 데는 지난 20여년간의 개혁ㆍ개방을 통해 축적한 경제 성장과 국제적 지위 향상에 대한 자신감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은 아직 군사, 경제 등 여러 면에서 미국에 정면으로 도전할 뜻은 전혀 없지만 최소한 할 소리는 해야겠고 '스트레이트'는 몰라도 '잽'은 날릴 수있을 정도의국력은 갖췄다는 자신아래 미국에 일방주의를 중단하라는 메시지를 보냈다는 것이다. 미국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중국 패권주의 추구 의혹에 대한 `맞불 작전'이라는 해석도 있다. 미국 자신이 제국주의를 추구하면서 어떻게 중국위협론을 앞세우고중국 인권 상황을 비난할 수있느냐는 반박 논리이다. 첸치천의 `부시 독트린' 비난은 공교롭게도 최근 중국 허난(河南)성 중머우(中牟)에서 발생한 한족(漢族)과 이슬람교도인 회족(回族)간의 이민족 출동 사건과도때를 같이한다. 이런 점때문인지 중국 당국이 극도로 민감하게 여기고 있는 소수 민족문제가 국제 여론으로 확산되는 것을 희석시키기위해 지구촌 초미의 관심사인 미 대선을 이용,부시 독트린 비난이라는 묘수를 던졌다는 해석도 나왔다. 사실 중국은 미 대선에서 누가 당선되든지 대(對)중국 정책에는 별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면서도 판세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중국 지도부는 지난 10월 방중한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의 지난 10월 베이징 방문때 부시 행정부와 코드를 맞춘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누가 당선되든지 상관이 없는 상황에서 기왕에 무역, 대만 문제 등에서비교적 협력적 관계를 유지해온 부시 행정부가 더욱 편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됐다. 중국은 부시 행정부와 별다른 문제없이 관계를 유지해온 가운데서도 `할말을 다할수 있을 정도'로 무섭게 성장했음을 주목해야 한다고 서방 외교관들은 입을 모았다. (베이징 =연합뉴스) 조성대 특파원 sd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