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일본 북서부 니가타(新潟)현을 강타한지진으로 탈선 사고를 일으킨 조에쓰(上越) 신칸센 '도키325호'가 일부 바퀴가 탈선한 채 적어도 1.6㎞를 주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결과적으로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반대편 상행선 열차가 있었거나 곡선차로였다면 큰 사고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컸다고 현지 언론들이 지적했다. 신칸센을 운영하는 JR 히가시니혼(東日本)의 정밀조사 결과 시속 200㎞로 달리던 이 열차는 직하(直下)형 지진의 직격을 받은 뒤 지진 감지시스템에 따른 비상 제동장치가 작동, 급브레이크가 걸렸지만 일부 바퀴가 탈선한 채 1.6㎞를 주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탈선한 바퀴의 압력을 받아 한쪽 레일도 약 900m에 걸쳐 제자리에서 이탈된 것으로 조사됐다. 신칸센의 레일이 이탈한 것은 처음이다. 조사결과 열차는 총 10량 가운데 8량이 탈선했으며 1량에 4개씩 부착된 40개의 차축 가운데 절반 이상인 22개가 탈선했다. 탈선이 심했던 열차는 가장 후미의 1호차로 바퀴가 레일로부터 1.4m 벗어난 뒤 반대편 상행선쪽으로 30도 가량 기울어 멈춰 있었다. 언론들은 사고 당시 상행선 열차가 지나가고 있었다면 충돌이라는 최악의 사태를 면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선로를 받쳐주는 콘크리트판에서도 약 1.6㎞에 걸쳐 날카롭게 긁힌 흔적이 발견됐다. 도쿄를 출발해서 니가타로 가던는 이 열차가 나가오카(長岡)역을 6㎞ 가량 앞두고 탈선한 것에 비춰 역 8㎞ 전방의 터널에서부터 선로에 압력이 가해진 것으로 추정됐다. 하행선의 레일을 고정하는 장치도 이탈, 약 900m에 걸쳐 60㎝ 가량 레일이 이탈했고 총 35개의 고가 위에서 고가와 기둥을 연결해주는 콘크리트가 지진의 충격으로 떨어져나간 것도 확인됐다. 또 일부 터널은 천장에서 콘크리트가 떨어져 선로에 쌓이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JR 히가시니혼측은 신칸센이 탈선한 채 1.6㎞ 주행한 사실은 확인하면서도 "고가의 강도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언론들은 "반대편 열차가 없었던데다 탈선 이후 직선선로가 계속된 덕택에 참사를 면할 수 있었다"며 "사실상 기적"이라고 지적했다. 사고 당시인 23일 '도키325'에는 승객 151명이 타고 있었다. 오후 5시56분 지진이 일어나자 열차의 지진 감지시스템이 작동해 3.5㎞, 90초를 더 달린 뒤 고가철도위에서 멈췄으며 인명피해는 부상자 1명 뿐이었다. 감지시스템은 진도 4 이상의 흔들림이 감지되면 송전이 끊겨 비상 제동장치가 작동한다. (도쿄=연합뉴스) 신지홍 특파원 sh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