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특별법 시행으로 경찰의특별단속이 시작된 지 22일로 꼭 1개월이 지나면서 서울시내 대표적인 사창가는 `직격탄'을 맞아 고사 직전이다. 집창촌의 성매매 업소뿐 아니라 속칭 `2차'로 불리며 성매매가 암암리에 이뤄졌던 유흥업소와 안마시술소를 비롯해 주변의 숙박업소, 일수업자 등 성매매 `연결업종'까지 타격을 받아 휘청거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성매매 특별법 시행에 일단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지만 사회적인 구제 시스템이 배제된 `토끼몰이식' 단속때문에 생계를 크게 위협받고 있다고 반발하는 성매매 여성들과 업주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성매매 특별단속이 시작된 지난달 23일부터 18일까지 검거된 성매매 관련 사범은 모두 3천354명으로, 이 가운데 성구매를 하다 적발된 남성은 50.6%, 성매매를 알선한 업주는 20.5%에 이른다. ◆ 집창촌.유흥업소 `개점휴업' = 21일 밤 11시 속칭 `미아리 텍사스'라고 불리는 성북구 하월곡동 집창촌 골목은 싸늘한 가을 날씨만큼이나 을씨년스러운 분위기가 감돌았다. 성매매 업소가 밀집한 이곳은 대부분이 불이 다 꺼진 가운데 몇몇 포주들은 어깨를 잔뜩 움츠린 채 여전히 호객행위를 하고 있었지만 이들 업소를 찾는 남성들은한 명도 찾아볼 수 없었다. 포주 A씨는 "9월23일 이후에 손님이 딱 끊겼다"며 "업소마다 5∼8명 정도의 `아가씨'를 고용해 하룻밤에 5∼6개 테이블을 상대했는데 아예 한달간 손님을 한 명도받지 못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A씨는 성매매 여성 8명이 있었던 이웃 업소에는 종업원들이 다 떠나가고 1명만 남아있다는 설명도 잊지 않았다. 성매매 여성 B씨는 "손님이 한달간 한 명도 없었다고 보면 된다"며 "가끔 오는 단골손님도 불안해서 못 오겠다고 발걸음을 아예 끊었다"고 말했다. 서울 시내 대표적인 집창촌인 `청량리 588'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 `일'이 없어 동료 여성과 소주 한잔을 마시던 성매매 여성 C씨는 "요즘은 돈이없어 밥보다 라면먹는 횟수가 늘었다"며 "남편이 도망가서 애를 키우려고 1년전에이곳에 왔는데 요즘은 돈을 못벌어 막막하기만 하다"고 하소연했다. 이 곳에서 구멍가게를 하는 이모(60)씨는 "요즘은 하루에 만원짜리 한장도 벌기어렵다"며 "남자들이 처벌이 두려워 청량리를 오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23일부터 영업을 강행해도 손님이 없어 허탕을 칠게 뻔할 것이라는 분위기다. 미아리의 한 업주는 "한달 전 단속이 시작되던 날 업주들이 `불은 다 켜놓자'고 약속해 놓고 결국 눈치만 봤다"며 "23일에도 마찬가지가 아니겠느냐"고 털어놨다. 청량리 역 주변의 M모텔 주인 김모(50.여)씨는 "18개 방 중에 5∼6개 정도만 손님이 머물고 가는 실정"이라며 "일하는 아주머니도 내보내고 내가 직접 방청소를 할정도로 어려워 이러다 노숙자가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고 하소연했다. 강남구 신사동의 한 유흥업소에 종사하는 나모씨는 "이른바 `2차 서비스'가 안되니까 손님이 절반 이하로 줄었다"며 "아가씨들은 손님과 개인적으로 연락처를 주고받은 뒤 나중에 따로 만나는 `개인영업'을 한다"고 털어놨다. ◆ 직업교육을 받으라고(?) = "당장 먹고 살기도 힘든데 직업교육을 받아 언제돈을 버나요. 제발 모르는 소리 하지 말라고 하세요"(성매매 여성 D씨) "누구는 몸을 팔고 싶어서 이 짓을 하고 있나요.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요"(성매매 여성 E씨) 성매매 특별단속으로 당장 생활비가 급한 성매매 여성들은 정부의 현실성 없는 대책에 불만을 터뜨렸다. 미아리 텍사스의 한 성매매 여성은 "언론이나 정부에서 미용을 배우라, 다른 직업을 배우라고 하는데 초등학생들이 꿈꾸는 소리"라며 "오죽하면 여기까지 굴러와 자식과 부모를 먹여살리겠느냐"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다른 성매매 여성은 "특별단속 이후에 미아리를 떠난 동료가 있었는데 받아주는데가 없어 다시 돌아왔다"며 "우리들 사정을 잘 알고 대책을 마련해야지 당장 먹고살 돈도 없는데 언제 기술을 배워 돈을 벌겠느냐"고 말했다. 경찰이 실적을 의식해 단속이 쉬운 집창촌에만 집중 단속하고 있는 탓에 음성적인 성매매 시장은 그대로 살아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업주는 "집창촌은 그나마 보건증이나 있고 손님이 행패를 부리면 막아줄 사람도 있는데 음성적인 영업을 하는 곳의 여성은 위험에 항상 노출돼 있다"며 "유영철이 연쇄살인을 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음성적인 성매매의 폐단"이라고 말했다. 청량리의 업주 전모(52)씨는 "왜 아가씨들이 이런 곳에서 일하는 지 알고서 단속을 하라"며 "감금ㆍ폭행을 하는 음성적인 곳부터 단속해야 하지 않느냐"고 소리를 높였다. ◆ 성매매 단속 일단 `성공적' = 전문가들은 성매매특별법 시행과 이에 따른 경찰의 특별단속이 상당한 성공을 거뒀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이들은 이번 특별단속이 성매매와 연결되는 `밤 문화'와 `접대문화'가 바뀌는 출발점으로 삼아야 하고 `소나기'식 단속이 아니라 성매매 여성을 보호하고 소외계층의 여성이 성매매로 빠지지 않도록 시스템을 갖추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입을모았다. `다시함께센터' 소장 조진경씨는"특별단속기간에 성매매를 용인하고 유지하려는 구태의연한 세력의 강한 저항을 느낄 수 있었다"며 "이처럼 강한 저항에 부딪혔다는것은 그만큼 성매매 특별법의 실효성과 힘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씨는 "성구매자는 자신의 행위가 범죄와 반인권적인 것이라고 인식해야 하고 특별단속이 끝난 뒤에도 공권력과 시민단체의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며 "이 법이 정착되려면 무엇보다도 성구매자 스스로 자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소년 지킴이' 강지원 변호사는 "한달간 성매매 단속은 법의 취지를 국민에게 홍보하는데 큰 성공을 거뒀다"며 "이제 경찰은 대규모 단속보다는 성매매 업주의 정보를 입수해 이들을 검거ㆍ처벌하는 방향으로 단속을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강 변호사는 "성매매 업주들은 이제 다른 직업을 찾는 게 좋을 것"이라며 "성매매 업주를 지속적으로 단속한다면 우리 사회에서 성매매 시장의 크기는 절반 이하로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들은 생존권 문제를 내걸고 단속에 집단 반발하고 있는 집창촌 성매매 여성의 문제에 대해서도 장기적으로 집창촌을 없애는 것을 목표로 사법당국의 `단호한' 입장을 요구했다. 조씨는 "여성의 `몸장사'를 하는 업주들의 입장을 오히려 언론이 부각하면서 성매매 특별법의 취지를 왜곡하고 있다"며 "성매매 여성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 이들이 성매매에서 빠져나올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강훈상.양정우.김병조기자 hskang@yna.co.kr ejlove@yna.co.kr cimink@yna.co.kr